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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행방불명'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하려면 무조건 서울로?

    사회 | 12-22 15:56

    해외에서 외국 국적의 여성을 만나 국제결혼을 한 A 씨는 한국으로 먼저 돌아와 고향인 부산에 터를 잡았다. A 씨는 국내에서 혼인 신고를 하고 아내의 입국을 기다렸지만, 아내는 몇 달간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아내와의 연락마저 끊어지고 ‘행방불명’ 상태가 되자 A 씨는 혼인무효소송에 나서기로 하고 부산의 한 변호사 사무소를 찾아갔다. 믿었던 아내에게 배신당한 A 씨는 여기서 또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소재를 알 수 없는 외국인 아내와 결별하고 싶으면 부산 법원에서는 안 되고 서울까지 가야 한다는 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변호사회는 최근 ‘1990년에 제정된 가사소송법 13조 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을 전국 최초로 청구했다. 이 조항은 당사자 또는 관계인의 주소, 거소 또는 마지막 주소가 국내에 없거나 이를 알 수 없을 때는 대법원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 관할한다고 규정한다.

    A 씨 사례처럼 외국인과 결혼을 했지만 상대방이 입국하지 않는 등 소재가 불명확해지면, 당사자가 사는 지역이 어디든 무조건 서울가정법원에서 송사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결혼한 외국인이 입국했더라도 배우자와 동일한 주소지에 살지 않았더라면 역시 이혼 소송 등을 위해 서울로 가야 한다.

    과거에는 베트남 등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뒤 여러 문제로 외국인의 행방이 묘연해졌을 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국제결혼이 크게 증가하면서 남녀를 불문하고 전국 곳곳에서 불평등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생업을 접어두고 서울을 오가려면 시간과 비용이 배 이상 드는 탓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황주환 부산변호사회장은 이 법이 평등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 재판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봤다. 대법원 소재지인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지역민들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당하고 지역민이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을 추가로 지출해야하므로 국토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은 가사소송 업무처리의 효율과 행정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입법 취지가 사법행정의 중앙집권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입법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무소 소재지 근처의 가정법원에서 가사소송 대리를 수행하고자 하는 변호사 직업수행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당사자 적격’ 문제를 이유로 심판 청구를 심리하지도 않고 최근 각하 처분을 내렸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올바른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변호사회 측이 외국인과 결혼할 가능성만 염두에 두고, 실제로는 결혼하지 않은 이를 청구인으로 내세웠다는 이유로 각하 처분을 한 것이다.

    황 회장은 “위헌에 대한 심리가 시작되면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던 혼인무효소송 등이 멈추기 때문에 실제 당사자를 찾아 내세우는 일은 쉽지 않다”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지역민을 차별하는 현행법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제대로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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