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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부산은 아동 수출 전진기지였다”

    사회 | 12-23 15:13

     

    피터 뭴러(한국명 홍민)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anish Korean Rights Group, DKRG) 공동대표. 

    ‘아동 수출 대국.’

    1970~80년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아동을 해외 입양 보내던 시절, 한국에 붙여진 오명이다. 당시 해외로 입양을 떠나야 했던 당사자들이 성인이 돼 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증언함에 따라 정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해외에 머무는 입양인들의 목소리가 아직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지만 상당수는 전쟁 후 복지시설 등이 대거 몰렸던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아동들이 납치, 신분 위조 등을 거쳐 고아로 둔갑돼 한국을 떠났다고 호소한다. 아직은 증언 단계에 머문 ‘해외 입양 잔혹사’를 이제라도 제대로 규명해 달라는 요청이 거세다.

    덴마크의 한국입양인단체,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의 공동대표 피터 뭴러(한국명 홍민·48) 씨는 “입양인들의 출신 정보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실 많은 입양인이 부산과 연결돼 있다”고 증언했다.

    그가 부산을 주목하는 이유는 안타까우면서도 섬뜩하기까지 하다. 뭴러 씨는 “덴마크 입양인 사이에서 부산의 해당 시설은 입양 기록 위조, 신분이 바뀐 아이 입양, 심지어 죽은 아이 신분으로 아동을 외국에 보낸 것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곳과 연결된 한국 입양기관이 입양 절차를 위해 허위로 서류를 꾸몄다고 인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직 입양인 증언만 있고 공식 조사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단계여서 구체적인 사실이나 기관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다. 특히 그는 “부산의 한 시설에 있던 상당수 아동의 부모가 입양을 위해 친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도 했다.

    아동의 해외 입양은 6·25 전쟁 이후 ‘수출 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까지 20만 명이 미국 등 서방 국가에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980년대 10년간 6만 6000여 명이 해외로 입양됐는데, 당시 출생아 1000명 중 9명 꼴로 해외 입양을 떠난 셈이다. 뭴러 씨가 입양된 덴마크에는 한국 출신 입양인이 9000명에 이르며 대부분 부산과 서울, 인천 출신이다.

    전문가와 입양인들은 해외 입양이 활발하게 될 수 있었던 부산의 특수성을 주목한다. 부산은 6·25전쟁 후 고아나 미아 등을 수용한 복지시설이 몰렸고 기부나 후원도 집중됐다. 입양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입양기관에 아동을 대거 넘기는 시설이 부산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입양기관은 아예 부산에 지사를 두고 입양 업무를 했다.

    입양인들의 증언에 따라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가 최근 해외 입양 불법 사례 조사에 착수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일단 조사를 개시한 사건은 모두 34건이다. 이들 가운데 불법적으로 고아나 제3자 신분으로 조작된 사실을 밝혀내는 일이 핵심이다. 조사 신청인 34명은 영·유아나 아동이던 1960년부터 1990년까지 네덜란드 등 6개국에 입양된 사람들이다. 친생부모가 있었지만 유괴 등 범죄 피해나 친생부모 동의 없이 입양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고아로 서류가 조작되는 바람에 본래의 신원을 잃어버리고 친생가족 정보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뭴러 씨는 “입양인들이 자신의 실제 입양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모든 문서를 입양기관이 아닌 안전하고 독립적인 기관에 보관해야 한다”며 “아동 때 납치된 입양인들을 위해 친생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적절한 배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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