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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 미국서 '열정 연주'…기립박수속 美투어 시작
앨범녹음 끝낸 쇼팽 4개 발라드 무대에…현대음악 베르그 소나타 첫선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세계 최고 권위의 제17회 쇼팽 피아노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의 첫 연주를 시작으로 20일간의 미국 순회연주 길에 올랐다.
베르크와 슈베르트, 쇼팽의 곡으로 이날 저녁 뉴욕 인근 뉴저지 주 잉글우드에서 개인 리사이틀을 한 조성진은 머리카락이 땀으로 젖는 열정적인 연주로 한국 교민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조성진의 손끝에서 살아난 쇼팽은 때로 격정적이었고, 때로는 몽환적이었다.
이날 무대를 통해 그는 자신의 첫 개인앨범 수록곡으로, 20일 전 독일에서 녹음을 끝낸 쇼팽의 4개의 발라드를 관객에게 선사했다.



검은 수트를 입고 피아노 앞에 앉은 조성진은 현대 음악가 알반 베르크 (1885~1935) 소나타 B 단조 Op.1로 무대를 열었다.
일반 관객은 잘 모르는 작곡가, 게다가 난해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음의 조합을 첫 곡으로 선택하는 '파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 곡은 베르크의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이자 단악장의 짧은 곡이다.
라벨, 바르토크의 작품을 연주하곤 했던 그가 앞으로 현대음악으로 레퍼토리를 넓힐 가능성을 엿보여줬다.
슈베르트의 소나타 19번 C단조로 넘어간 조성진은 감성적인 연주로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완성한 '마지막 소나타'를 소화해냈다.
특히, 시선을 이따금 허공에 두며 2악장을 '아다지오'로 느리게 연주할 때에는 서정적이고 관조적인 분위기가 물씬했다. 화려한 기교가 없는 지점에서도 흡입력을 보여줬다.
조성진의 연주는 쇼팽의 4개 발라드에서 절정에 달했다.
천천히, 느리게 건반을 훑다가도 금세 '프레스토'의 빠르기로 넘어가면서 폭발적인 속도와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극적인 연주가 반복됐다.
가장 작은 '피아니시모'의 음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관객들은 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네 번째 발라드를 끝낸 그의 두 손이 건반 위에서 내려오자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객석에서는 함성과 갈채, '브라보'가 터져 나왔다.
그치지 않는 박수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조성진은 대중에게 친숙한 리스트의'라 캄파넬라'를 연주했다.
이어 쇼팽 콩쿠르 우승 후 갈라 콘서트에서 파워풀하게 연주했던 쇼팽의 폴로네이즈 Op.53 '영웅'을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관객들은 그가 퇴장한 후에도 극장을 떠나지 않았다.
공연이 있었던 '버겐 퍼포밍 아트센터' 앞 도로에는 공연장의 불이 꺼진 후에도 돌아가는 조성진을 보기 위해 20~30여 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성진은 미국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고 그의 미국 공연 매니지먼트사인 '오퍼스3아티스츠'가 밝혔다. 언론 인터뷰도 사양하고 있다.
그는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자 야체크 카스프치크)와 함께 21일부터 11월 7일까지 미국 14개 도시에서 협연한다.
21일 뉴욕 퍼체이즈를 시작으로 코네티컷 스토어스(22일), 뉴저지 뉴브런즈위크(23일), 뉴욕 트로이(26일), 펜실베이니아 루이스버그(27일)와 유니버시티 파크(28일), 뉴욕 그린베일(29일), 매사추세츠 앰허스트(30일)에서 공연이 있다.
이어 애리조나 투산(11월 2일), 스코츠데일(3일), 캘리포니아 알리소 비에호(4일), 샌프란시스코(6일), 샌타바버라(7일)에서 관객을 만난다.
뉴욕 링컨센터 공연은 24일에 있다.
쇼팽 콩쿠르 최종 결선곡이었던 피아노협주곡 1번을 무대에 올린다.
quinte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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