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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그린'으로 돌아온 김석철 "바이로이트서 많이 배워"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바그너의 '로엔그린'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는 데 10년이 넘게 걸린 것 같아요. 올해 바이로이트 축제에서도 많이 배웠는데 이럴 때 한국 공연 기회가 와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의 차기작 '로엔그린'의 타이틀롤을 맡은 테너 김석철(42)은 오랜 기간 농익힌 '로엔그린' 역으로 국내 팬들 앞에 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석철은 31일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열린 '로엔그린'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가운데에도 특히 좋아하는 작품인 '로엔그린'을 한국에서 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대 음대와 미국 커티스 음악원 등에서 공부한 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 전속 주역가수로 활동하며 실력과 인지도를 쌓았다. '로엔그린'은 2010년 도르트문트에서 처음 노래했는데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석철은 "'로엔그린'을 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02년께부터인데 14년이 지난 이제야 조금 감을 잡은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여러 신화와 전설, 이교도에 대항하는 기독교 성배의 기사 전설, 호기심 많은 인간의 한계 등 여러 내용이 들어있는 작품으로, 가사를 잘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배경이 되는 철학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국립오페라단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에릭' 역을 맡아 맑고 탄탄한 고음과 탁월한 표현력을 과시했던 김석철은 지난 7~8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참가한 경험이 '로엔그린' 연기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로 불리는 이 축제에 한국 성악가로는 올해 유일하게 참여해 '파르지팔'의 조역인 '세번째 시종' 역으로 여섯 차례 공연했다. 앞서 베이스 강병운과 연광철, 전승현,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등이 바이로이트 무대에 자주 올랐으나 한국 테너로는 김석철이 처음이다.
김석철은 "올해 처음 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는 비교적 작은 역할을 맡아 다른 여러 작품의 공연과 연습을 볼 기회가 많았다"며 "여러 훌륭한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독일어 특유의 발음 요령도 새로 깨우치는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예전에 도르트문트에서 연기한 '로엔그린'은 정체를 숨기려 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좀 더 인간적인 면과 악역 텔라문트와의 대립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좋은 소리로 음정·박자 맞춰 노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엔그린 역을 하기 위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가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여주인공 '엘자' 역의 서선영(32)도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의 '엘자'를 더 깊이 있게 표현해보고 싶다고 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자로 스위스 바젤극장 전속가수로 활동 중인 그는 2013년 바젤극장에서 '엘자' 역을 처음 맡았다.
서선영은 "당시 '로엔그린' 프로덕션은 남녀 간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고전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했는데 이번 공연의 '엘자'는 좀 더 의심이 많고 부정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고 해석했다.
그는 "'엘자'는 인간의 연약하고 어리석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역이라고 본다"며 "몇 년 사이에 오페라 가수로서, 또 여자로서 성숙해지고 경험을 쌓은 만큼 더 완성도 있는 '엘자'를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오페라 연출가 카를로스 바그너는 "'로엔그린'을 연출할 때는 동화나 전설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법과 실제 현실에 가깝게 표현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후자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바그너는 "작곡자 바그너는 독일의 혼란을 위대한 예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다 현대적인 시각으로 심리적인 면에 주목해 재해석했다"며 "'엘자'로 대변되는 대중이 자신들을 이끌려는 지도자에게 '당신이 진정 누구인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공연은 내달 16·18·20일 3일에 걸쳐 열리며 관람료는 1만~15만원이다. 문의 02-1588-2514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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