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따라 하세요. 각자내기법, 갑질내려놓기법"
"이것도 따라하세요. 공개적으로, 전체적으로, 일률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통상적 범위에서"
"쓰리쿠션 치지 말자"
거제시청 대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강사의 요청에 따라 또박또박 한 목소리로 외쳤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거제시 공무원과 공기업인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풍경이다.
거제시가 27일 오전과 오후,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2차례 '부정청탁법' 설명회를 가졌다. 해당 공무원과 직원 600여명이 참석했다. 설명회는 한 번에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설명회 시작에 앞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작한 10분짜리 동영상 '청렴과 청탁사이'가 방영됐다. 퇴직한 고위 공무원이 자신이 근무하던 부처 과장을 만나 딸의 취업을 부탁하는 내용이다. 덥석 받기도, 물리치기도 어려운 이 공무원은 '부정청탁금지법'을 들어 거절했다. 청탁을 한 사람도 처벌한다는 쌍방처벌제라는 사실을 안 퇴직 공무원은 청탁을 없었던 일로 한다.
공직사회에서 흔히 일어났던,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든 동영상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강사로 나선 김덕만(59,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청렴윤리연구원장)씨는 영상이 끝난 후 부정청탁금지법이 '선의의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말머리를 꺼냈다.
김 원장은 "이전에는 금품이 오고 가지 않으면 문제가 없었고, 금품이 오고 가도 대가성이 없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과 징계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5·10법'으로만 알려진 청탁금지법이 사실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청탁 금지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우리 사회 접대비 규모가 연간 17조원에 이르고, 경조사비만도 11조원 규모라는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인용하며 "김영란법은 청렴사회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제야 우리 사회가 청렴사회로 진입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원장은 이 법이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시작돼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거쳐 9월 28일 시행되기까지 10년이상 걸린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탁'을 놓고 갑론을박이 많았음을 강조한 셈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내 임기 동안 국회에 갖다만 놓아도 만족한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들며 이제라도 시행된 것이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소개했다.
김 원장은 청탁금지법 요지를 '각자내기법, 갑질 내려놓기법'이라고 요약했다.
알려진 대로 부정청탁금지법에 규정된 적용대상은 약 490여만명에 이를 만큼 방대하다.
공직자(공무원, 공직유관단체와 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이 1차적인 대상이다. 공무수행사인(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간인)도 범주에 포함된다. 거제시의 각종 위원회 위원이나 심의평가 외부 전문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시에 채용된 단기, 무기계약직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이 법이 "사실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하며 유의를 당부했다.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가 금지된 물품을 제공할 경우 제공 당사자도 처벌을 받는 쌍벌제라는 점에서다.
김 원장은 부정청탁법 시행행으로 더 이상 혈연, 지연, 학연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된다며 15가지 부정청탁 유형을 세세히 설명했다. 애초 14가지에서 '지위와 권한을 벗어난 행위'도 포함됐다.
가장 대표적인 인·허가는 말할 것도 없고, 계약 선정, 재화와 용역의 비정상적인 거래, 평가·판정 개입, 보조금 지원, 사건 수사, 행정처분 감경·면제 등 공직자가 처할 수 있는 각종 사례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 본인이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 이해당사자는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 공공기관과 국민 사이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직무수행자에게 청탁할 경우 제3자는 물론 이해당사자도 과태료 1천만원 이하의 처벌대상이다. 어떤 경우든 직무수행자(공직자 등)는 형사처벌(징역 또는 벌금)을 피할 수 없다.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지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와 관련해 "공개적, 전체적, 일률적, 블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쓰리쿠션(제3자 통한 청탁)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3·5·10'으로 알려진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관련 '금품 등 수수금지'에 대해서도 그 유형을 일일이 설명했다. 청탁금지법에서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어떠한 형태의 금품 수수도 금지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부조 차원에서 우리 사회가 허용할 만한 최소한의 가액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김 원장은 이 조항과 관련해 공무원 행동강령과 차이가 있어 조만간 행동강령이 개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식물은 3만원으로 동일하지만 선물의 경우 행동강령에는 '수수금지'지만 이 법에서는 5만원 이내로, 경조사비는 5만원(공무원행동강령)에서 10만원으로 현실화됐다고 설명했다. 강연료도 현재 공무원 행동강령보다 상한선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조사비와 관련해 정해진 액수보다 많은 금액을 받았을 경우 이를 즉시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김 원장은 "애매하면 무조건 각자 내면 된다. 그러면 이것 저것 따질 필요가 없다"고 정리했다.
처벌규정에 대해 김 원장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품 등을 공직자나 배우자가 수수했을 경우 100만원이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100만원 미만의 경우 제공자와 공직자 모두 수수금액의 2~5배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1회 100만원 이상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쌍방 형사처벌(3년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으로 낙인 찍게 만들었던 각종 부정 청탁과 금품수수가 이 법의 시행으로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영남매일신문=취재부,문소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