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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북한 손아귀에서 벗어나 한국으로 오게 해준 태국에 감사"
"북한에 개혁개방 정부 들어서도록 유도해야"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태국은 과거에 10년 가까이 살았던 곳입니다. 또 우리 가족이 극적으로 구출됐던 곳입니다. 다시 찾게 돼 감회가 깊고 새삼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홍순경(77)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자신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던 곳인 태국을 방문해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홍 위원장은 1991년부터 99년까지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무역, 과학기술 참사를 지냈다.
1999년 북한이 본국으로 강제 소환하자 이에 응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지방으로 숨었다가 이른바 북한의 체포조에 발각돼 라오스로 이송되던 중, 타고 가던 자동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자 극적으로 탈출해 한국의 품에 안겼다.
그는 한국으로 망명한 여섯 번째 북한 외교관으로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뒤를 이어 현재 북한민주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 위원장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남아협의회 태국지회의 초청으로 이날 저녁 방콕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 호텔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통일 강연회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콕을 다시 찾았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한국으로 망명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추안 릭파이 당시 태국 총리 등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탈북민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들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태국은 홍 위원장이 북한으로 납치되다 극적을 탈출했던 곳이다. 다시 방문한 소감은.
▲ 태국은 10년 가까이 살았던 곳이다. 태국은 국민이 친절하고 근면해 인상이 좋은 국가다. 우리 가족이 극적으로 구출됐던 곳이어서 감회가 깊고 감사하게 생각된다. 한국으로 망명하고 나서 이번에 3번째 태국을 찾았다.
-- 태국에서 납치될 뻔 했다. 다시 방문했는데 북한으로부터의 신변 위협을 느끼지 않나.
▲ 전혀 느끼지 않는다. 북한은 자기 코도 못 씻는 실정이어서 남에게 피해를 줄 형편이 못 된다. 북한 때문에 주눅 들 필요없다고 본다. 그러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 태국과 인연이 각별한데 이번에 태국을 방문해 어떤 활동을 하나.
▲ 한국 교민과 태국 정부 관계자, 언론을 대상으로 통일 강연을 할 예정이다. 또 나와 가족의 망명을 도와 준 추안 전 총리를 만나 사의를 표할 생각이다. 추안 전 총리가 현재 지방 방문 중이어서 만날 수 있을지 미정이다. 2012년 태국을 방문했을 때 그를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한 바 있다.
-- 추안 전 총리는 어떤 도움을 주었나.
▲ 1999년 북한 체포조에 의해 차에 태워져 라오스로 끌려가고 있을 때 교통사고가 나서 나와 아내는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차에 타고 있던 작은 아들은 체포조들이 라오스로 끌고 갔다. 그때 추안 총리가 나서 아들을 부모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태국 내 북한 외교관들을 모두 추방하고, 북한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들을 우리에게 돌려주었고, 우리는 무사히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추안 전 총리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오지 못했을 것이고, 아들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 추안 전 총리는 2012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나.
▲ 매우 반가워했다. 사건 당시 더 도와줄 수 있었을텐테 하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당시 큰 아들이 북한에 억류돼 있었는데 추안 전 총리는 자신이 북한에 좀 더 압력을 행사했더라면 큰 아들을 빼내올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큰 아들의 생사는 아직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수 많은 탈북자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 청년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큰 결단을 내린 추안 전 총리를 정의롭고 인권을 귀하게 여기는 지도자로 존경한다.
-- 태국을 거쳐서 한국으로 가는 탈북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 태국이 탈북자들을 좋게 대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 탈북자의 안전이 가장 위협 받는 곳은 중국이다. 베트남도 탈북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베트남이 탈북자들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지 않고 북한으로 되돌려보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 국가들이 도울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민간이 관심을 갖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북한 민주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중 시급한 것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국에 통일 분위기를 고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이념적 차이가 좁아지고 국민이 단합해 통일을 위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이는 자연스럽게 북한 민주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북한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이는 북한 실상을 가장 잘 아는 탈북자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 탈북민들은 한국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이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 정부가 집 마련, 초기 정착 등의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탈북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5~8년 정도 지나면 대체로 적응한다. 정부에 더 지원해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겠다. 다만 탈북자들을 차별없이 채용해주면 좋겠다. 탈북자들은 취직하고 직장을 유지하는 데 애로가 크다. 탈북자들의 취직을 민간 기업들에만 맡기지 말고 통일이나 탈북민과 관련된 정부 기관, 관련 단체들이 탈북자들을 받아주길 바란다. 탈북자들을 도울 수 있는 분야에 탈북자들이 많이 채용되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의 인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이들이 박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탈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례가 쌓이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고, 이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강연의 핵심적인 내용은.
▲ 통일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말하고 싶다. 독일과 같은 갑작스러운 흡수 통일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다고 본다. 북한의 정권 세습 체제를 끊고, 개혁개방 정부가 들어서도록 한 뒤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북한에 권력 세습이 종식되면 개혁개방 정부가 들어서기 쉽다. 개혁개방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 민간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해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통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믿는다.
k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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