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강성철 기자 = "우즈베키스탄에 '한류'를 최초로 퍼트린 사람은 무역인이었습니다."
한인 3천여 명이 사는 우즈베키스탄에는 유일한 재외동포 경제단체가 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회다.
2004년 결성돼 현재 45개 회원사를 둔 단체의 수장은 김종규 지회장. 그는 25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구소련에서 독립 후 가전·생필품 이 없어 곤란을 겪던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산 제품을 들여와 퍼트린 사람들이 우리 회원사"라며 "한국산의 특징은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 품질력은 선진국 못지않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지회 회원사 가운데는 제조업, 서비스업도 있지만 가장 많이 종사하는 분야가 무역업이다. 주로 현지에 필요한 생필품, 전자제품, 농업분야 제품, 기계류, 원자재 등을 100%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대부분 회원사는 연매출 400만∼500만 달러의 매출 올리고 있고, 몇 군데 회원사는 1천만 달러 이상도 기록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한-우즈베키스탄 수교 후 하나 둘 '신천지'를 찾아 이곳에 왔다"며 "회원사 대부분이 최소 10년 이상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는 "회원사 간 중복 투자로 말미암은 경쟁을 피하고 시장 정보를 주고받으려고 지회를 결성했다"며 "단체가 결성되고 나서 이 나라 정부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기가 수월해졌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이 '마지막 남은 노다지'라며 한국 투자가 부쩍 느는 것과 관련해 "돈만 대면 노다지가 쏟아져 나오는 곳은 없다"며 "아무리 매력적인 투자라 해도 돌다리 두들기고 건너듯 신중하게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는 투자할 때 한인 믿지 말고 현지인과 직접 거래하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데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많게는 20년 이상 사업을 하면서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다 거친 기업인들에게 한마디만 물어봤어도 사기를 안 당할 텐데 말입니다. 다 잃고 나서 협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안타깝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한국 제품만이 아니라 한국 문화 등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한류'를 꼽았다.
"이곳에 퍼진 한류는 크게 세 가지인데요. 무역인들이 이 나라에 소개한 한국산을 통한 한류, 산업 연수생 등으로 한국에 진출한 4만 5천여 명의 현지인이 만든 '코리안 드림', TV드라마와 K-팝 등 대중문화가 퍼트린 인기 등입니다."
'같아 잘 살자'를 경영 철학으로 삼은 그는 장애아 보육원 등을 지인들과 함께 돕고 있다. 일회성, 전시성 후원이 아니라 이민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는 18년 전 타슈켄트로 건너와 플라스틱 제조공장, 사탕공장, 감초 생산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여러 번의 힘든 고비를 넘겼다. 현재 'KTI 트레이딩'을 차려 대형 크레인 임대업, 공산품과 방직 원자재 수입 등으로 연간 1천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3개월마다 회원사가 모여 사업 정보를 교환하고 공관이나 코트라에서도 참여해 바뀐 정부 정책이나 경제 지표 변화에 따른 대응을 논의합니다. 모두 환율 변동과 환전 등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이곳 경제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죠. 당장 노다지는 아니지만 성장 잠재력만큼은 가장 큰 곳이 우즈베키스탄입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