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무용단' 수석무용수 고려인 4세 현스베따 인터뷰
(서울) 신유리 기자 = 지난 24일 저녁 중구 필동의 '한국의 집'.
여름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한옥 극장에서는 태평성대, 판소리, 설장구 등 전통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객석에는 유독 두 눈을 반짝이며 무대를 지켜본 특별한 관객이 있었다. 바로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날아온 고려인 예술단인 '아리랑 무용단'의 단원들이다.
이들은 한국문화재재단, 동북아평화연대의 초청으로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서울을 찾아왔다. 한국의 전통 무용을 배우려고 고국땅을 밟은 것이다.
방한 단원 6명 중 맏언니인 현 스베따(22) 양은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전통 무용을 배워보니 춤사위도, 가락도 다른 점이 많았지만, 무척 새롭고 재밌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리랑 무용단의 역사는 무려 20년에 달한다.
강제 이주로 중앙아시아 황무지를 떠돌면서도 한민족으로서 뿌리를 잃지 않으려는 고려인들이 자체적으로 꾸린 예술단이다.
1996년 1월 첫 공연을 연 이후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중국과 북한 평양, 그리고 서울, 부산 등 고국에서 꾸준히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6명으로 시작한 아리랑 무용단은 현재 10∼20대인 고려인 후손 30여 명이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중에서도 스베따 양은 13살 나이에 무용단에 가입해 올해로 9년째 활동 중인 수석 단원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여대생이 이처럼 전통 무용에 애정을 쏟는 이유가 뭘까.
"무용을 할 때마다 어딘가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게 있어요. 이런 게 조국, 민족에 대한 느낌이겠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무용단 활동만큼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아리랑 무용단의 공연은 북한 무용에 가깝다. 초창기부터 북한 '피바다 가극단' 수석 무용수 출신인 조영희 씨가 안무 지도를 맡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안무가 없이 단원들이 자체적으로 공연을 준비 중인 데다가 운영 자금마저 부족해 고려인 동포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고 있다.
단장인 김 발레리아(56)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 부회장은 "머나먼 연해주에서도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아리랑 무용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모국을 잊지 않고 전통을 지키려는 고려인 후손의 열정이 무용단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방한한 단원들은 '한국의 집' 연습실에서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의 강습을 받으며 4일 내내 강행군을 이어갔다.
문화재재단 관계자는 "단원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했다"면서 "관광 일정을 미루고 무용 강습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해와 온종일 연습실에서 머문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배운 무용은 오는 9월 우수리스크에서 열리는 추석 맞이 고려인 잔치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광복 70년을 기념해 고려인문화센터에서 전통 무용과 국악 등을 엮은 '굿Good 보러 가자' 공연을 추진 중이다.
서도식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고려인 동포들이 한민족의 소중한 일원이라는 점에서 우수리스크에서 '찾아가는 공연'을 열기로 했다"면서 "특히 차세대 한민족인 고려인 후손들이 이러한 문화 교류를 통해 고국과의 연결 고리를 넓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스베따 양도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그는 "한국 무용을 배우고 나니 예전보다 더 전통문화를 열심히 배우고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음에는 평양에 가서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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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