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권력서열 2위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훈령' 전달역
북한 대남정책의 1인자 김양건 비서 실질적으로 협상 주도
(서울) 이봉석 기자 = 한반도 군사충돌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이 25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북측 협상 주역인 황병서(66) 총정치국장과 김양건(73) 노동당 대남 비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막강한 신임을 받으며 김정은 체제의 '이너서클 멤버'로 자리매김한 이들 두 사람은 비서진을 거치지 않고 김정은 제1위원장과 언제든지 만나 대면 보고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비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나서지만 않았지 사실상 남북한 최고 지도자들 간의 '간접 협상'으로 불린다.
실제로 판문점에서 열린 이번 고위 당국자 접촉 도중 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종 결심과 훈령을 듣기 위해 수시로 정회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비서가 보여준 역할은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권력서열 2위이자 군부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남북대화 경험이 전무해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원칙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김양건 비서는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 대북 확성기 심리전 방송,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 모든 의제 논의를 주도하는 협상의 주역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회담 전반을 김양건 비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갔을 가능성이 크다.
김양건 비서는 노동당 국제부 말단 관료에서부터 국제부장을 거쳐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비서로 대남 외교뿐 아니라 대외정책 전반을 지휘해온 인물이다.
김양건은 남북한의 모든 대화와 전략을 머릿속에 완전히 꿰고 있을 뿐 아니라 남북간 대화의 장에서도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가이자 김정일 집권 때부터 북한의 대남 및 외교정책 전반을 관장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북측 주역으로, 당시 북측에서 회담에 유일하게 배석해 김정일 위원장을 단독 보좌하기도 했다.
반면 김관진 실장의 카운터파트인 황병서는 총정치국장에 오르기 전까지 남북대화는 물론 공개 석상에서 발언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남북협상 무대에서는 '초보'나 마찬가지다.
이번 '2+2 회담'에서 유일하게 군복 차림으로 나온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젊은 시절 군 총정치국 조직부에서 일하다가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군 담당 과장과 부부장, 1부부장을 거쳐 다시 군복을 입고 총정치국장에 오른 인물이다.
군 총치국 조직부나 당 조직지도부는 공개 석상보다는 내부에서 군부 인사와 군의 조직생활을 통제·관리하는 부서다. 그가 협상 기술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작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한했을 때에도 거의 공식적인 몇 마디 외에는 침묵을 지킨 것도 이런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이 이번 회동에 남측의 요구로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참석을 전격 수용한 것도 남북관계 해결 의지와 함께 회담 전략가인 김양건 비서가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이 처음 대화를 제의하면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대화 상대로 김양건 비서만을 내세운 것도 이런 배경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비서는 이번 회동에서 각각 북한의 강경 및 온건의 목소리를 대변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nfour@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