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르비 "승전행사 불참은 옛 소련 국민에 대한 멸시"
"러시아없이 2차대전 승전 없었을 것…미국 일말의 상식도 없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前) 소련 대통령은 미국 등 주요 서방국 정상들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전쟁에서 수많은 목숨을 바친 러시아 국민에 대한 멸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7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고르바초프는 "소련이 벌였던 파시즘에 대항한 투쟁에 존경을 표할 기회를 무시하는 것은 수많은 희생을 치른 옛 소련 국민에 대한 멸시이며 '역병'(나치즘)과의 투쟁에서 사람들이 보여준 무한한 용맹성에 대한 멸시"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없었다면 전쟁 승리는 불가능했다고 확신한다"며 "(러시아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이 역사의 검은 띠가 어디에서 멈췄을지, 우리 시대에까지 멈추기나 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이같은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그들의 문제지만 세계의 많은 민족은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세계적으로 모두 6천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중 약 2천400만 명이 러시아인이었다. 일부에선 2천700만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르바초프는 "미국 정부는 스스로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모스크바 승전 행사에 오길 거부한 것"이라며 "미국인 등의 행동에서 일말의 상식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모스크바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미국의 강한 압력 때문이라면서 그의 결정을 용납할 순 없지만 정치는 정치인 만큼 메르켈의 행동을 이해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9일 붉은광장의 승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이튿날인 10일 모스크바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크렘린궁에 따르면 8~10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승전 기념행사에는 모두 27개국 정상들과 몇몇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국 지도자들은 참석하지 않는다.
당초 참석이 예상됐던 그리스, 슬로바키아, 브라질 등의 지도자도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기구 수장으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총재가 참석한다.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불참 이유로 들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