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그래법' 관련 의견표명 결정 또 불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를 또다시 결정하지 못했다.
인권위는 13일 오후 열린 2015년 제6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 대한 의견표명의 건'을 의결 안건으로 올렸으나, 인권위 의견 공표 시점 문제를 두고 인권위원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의결 여부 결정이 불발됐다.
지난 2일 11차 상임위원회에서도 이 안건이 논의됐으나 같은 이유로 결국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김영혜 상임위원은 "정부안은 확정안이 아니라 노사정 합의를 위해 마련한 안인데 결렬된 상황이어서 노사정이 '살아'있는지도 문제가 된다"며 "노동정책과 인권이 혼합된 안의 경우 인권 관련 부분만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태식 위원도 "노사정위가 완전히 결렬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잘못하면 노사정위에 인권위 안까지 보태서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준비는 하되 좀 더 신중히 검토하는 편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경숙 상임위원은 "인권위에서 이미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입장을 폈으므로 이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시점에서 인권위가 견해를 밝히는 쪽이 맞는다고 본다"며 "노동자도 정부 편도 아닌 중간적 입장에서 의견을 내고 나중에 어떤 부분이 바뀌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입장을 표명해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명득 위원도 "지금 실질적으로 정부안이 합의에 부쳐진 상황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지금 얘기하지 않으면 합의되고 난 다음에는 분란을 일으키는 입장밖에 안 된다"면서 "오히려 지금 인권위의 의견 제시가 노사정 합의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적으로 우세하자 현병철 위원장은 "저희가 이전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권고한 안은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상황이 명쾌할 때 적절한 의견을 내자는 것이 위원들 의견으로 보인다"며 추후 안건을 재상정하는 것으로 논의를 종결했다.
인권위 사무처는 이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면서 "정부안에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안정, 근로조건 보호, 차별 완화를 위해 상당수 바람직한 정책을 포함하고 있으나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과 근로조건에도 영향을 주는 논쟁적인 정책들을 포함하고 있어 위원회의 의견을 표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사무처는 정부안 중 ▲ 기간제·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 ▲ 근로자 파견이 가능한 업무 확대 ▲ 하청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배려를 불법파견 징표에서 제외 ▲ 일반적인 해고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법률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규율 ▲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기준 마련 등 5개 내용이 국민의 노동기본권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위원회의 기존 입장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전원위에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고속·시외버스에 안전하게 탑승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마련, 관련 시설과 설비, 구조 등을 단계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이 의결됐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