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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07-19 09:34
런던 남동부 외곽 포리스트 힐에 있는 호니먼 박물관이 ‘2022년 올해의 영국 박물관 상’을 받았다.
영국의 문화예술 자선단체인 ‘아트 펀드’는 최근 ‘올해의 영국 박물관 상’ 수상자로 호니먼 박물관을 선정해 디자인 박물관에서 시상식을 거행했다. 상금은 10만 파운드(1억 5800만 원). ‘올해의 영국 박물관 상’은 1973년 제정돼 올해로 50회째를 맞았다.

호니먼 박물관. 페이스북
호니먼 박물관은 2021년 ‘리셋 어젠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건립자 호니만과 박물관의 어두운 역사를 직시하면서 지역 사회 속으로 뛰어드는 프로그램이었다.
박물관이 ‘리젯 어젠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매년 방문객은 늘어나는 반면 방문객의 다양성은 좁아지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박물관이 자리 잡은 런던 남동부는 다문화 지역이어서 박물관의 이러한 시도는 지역사회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호니먼 박물관은 런던의 덜위치 구와 시덴햄 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2021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시덴헴 인구의 44%는 흑인이었다.
총 면적이 2만여 평인 호니먼 박물관의 정식 명칭은 호니먼 박물관 & 가든스다. 나비관, 수족관, 공연장을 갖춘 넓은 정원을 갖고 있어 박물관 이름에 ’가든스‘가 붙었다. 박물관은 2021년 여름 자메이카 식 요리를 소개하는 ‘저크 쿡아웃’이라는 행사를 정원에서 진행했다. 박물관 안에서는 ‘머리카락-말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흑인 공동체에서 미용사의 역할을 살펴보는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 관람객은 2만 명을 넘었다.
같은 해 7월에는 박물관 정원에서 ‘696-런던 남부에서 흑인 음악을 축하하며’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음악 축제를 진행했다. 지역 경찰이 흑인 음악 행사에 참가하는 주민을 감시하고 차별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행사였다.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트 펀드의 제니 발트먼 국장은 “호니먼 박물관의 변신은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과 코로나19에서 동력을 얻었다. 두 사건을 계기로 박물관이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니먼 박물관의 놀라운 변신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박물관 소개에서도 나타난다. 정식 명칭이 ‘호니먼 박물관 & 가든스’인 호니먼 박물관은 1890년에 건립됐다. 처음에는 호니먼 가문의 저택 한쪽에 만들어진 작은 시설이었다. 원래 이름은 ’서레이 하우스 박물관‘이었다.
박물관 공사비를 낸 사람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인 1821년에 창립된 차 무역회사인 ‘호니먼 티’의 운영자였던 프레데릭 존 호니먼이었다. 자산사업가로도 유명했던 호니먼은 중국,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일본, 미국, 캐나다 등을 여행하며 수집한 각종 희귀품이나 역사유물, 미술품 등 3만 5000여 점을 박물관에 전시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인 1901년 박물관을 런던 시청에 헌납했다. 시청은 박물관 이름을 ‘호니먼 박물관’으로 바꾸었다. ‘호니먼 티’는 19세기 말에는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차 무역회사로 명성을 날렸다.
호니먼은 정치에도 뛰어들어 자유당 총재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는 영국의 사회복지 정책을 확대한 인물로 높이 평가받았다.
호니먼을 여기까지 소개한 박물관 홈페이지는 이후부터는 호니먼과 영국의 어두운 역사를 드러낸다. ‘호니먼이 박물관 등을 짓고 각종 유물을 수집하고 영국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투입한 돈은 식민지 국민을 착취한 결과물이었다. 차 생산지를 늘리기 위해 주민을 강제 이동시키고 저임금으로 착취한 성과였다.’
호니먼 박물관의 닉 메리먼 관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심지어 차 값은 아편으로 지불했다. 동인도회사가 인도에서 재배한 것을 중국에 밀수한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아트 펀드의 제니 발트먼 국장은 “호니먼 박물관은 지역 박물관이 지역 공동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재정립, 재창조했다. 진정한 전인적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전통적인 박물관이 어떻게 하면 사람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조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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