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사투 한달] ③ "많이 좋아지셨다" 한마디에 눈물 '펑펑'
노부모 확진에 천당·지옥 오간 아들이 겪은 코로나19 사태
신천지·우한 연관 없다고 5차례 검사 거절…"일관된 대응 매뉴얼 있어야"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부산에 사는 박동식(40)씨.
평범한 가장이며 노부모를 둔 장남인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보호자가 돼 하루에도 수차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이번 사태를 체험했다.
대구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을 맞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신천지 교인 아닌데 확진…뒤늦은 치료
대구 동구에 사는 노부모가 잇달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2월 말이다.
부친(78)은 지난달 15일 감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친과 함께 경북 한 온천에 다녀온 뒤 노인복지관을 방문하고 지인들과 식사한 날이었다.
동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으나 증세는 악화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고 19일부터 선별진료소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신천지 교인이 아니고, 중국 우한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폐암과 대장암 수술 이력이 있는 부친은 일반 병원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나서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양성 판정이 나온 26일 부친은 이미 중증이었다.
호흡곤란이 왔으나 마땅한 병실이 없어 5시간 동안 지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음압병상이 부족해 코로나19 관리병동에서 수일을 지냈고 기침, 고열, 설사가 계속돼 일주일 만에 체중이 3㎏이 빠졌다고 한다.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항바이러스제(에이즈 치료제)도 처방됐지만,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지자 산소호흡기 치료가 시작됐다.
박씨는 1일 새벽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연명치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통보에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생명 연장 시술을 해도 길어야 사흘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에 눈물만 흘렸다.
◇ 연명치료 결정…극적인 상태 호전
부친이 평소 가족에게 생명 연장 시술을 거부한다고 했기에 주저하자 의사는 "음압병실로 이송해야 하나 자리가 없다"며 "보호자가 결정하지 못하면 병원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포기 상태에 빠졌다가 부친이 삶에 의지를 잃지 않았음을 보게 됐다..
부친이 간신히 의식의 끈을 붙잡고 영상통화로 "살고 싶다"고 하자 가족 모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박씨는 병원에 연명치료를 요청했다.
당시 대가대병원은 비어있는 공간을 개조해 코로나19 중환자실 음압 병상을 만들고 있었다.
이날 오후 10시께 부친은 급히 마련된 코로나19 중환자실 음압 병상에 들어가 집중 치료를 받았다.
수면 상태로 기관지 삽관 인공호흡기를 달고, 폐에 찬 물을 빼내기 위한 흡입 치료를 병행했다.
치료 중 잠시 의식을 찾은 부친이 몸부림치는 바람에 인공호흡기가 빠지는 일이 있었다. 놀랍게도 자가 호흡을 해냈다.
열흘쯤 지나 폐 상태가 호전되자 의료진은 경피적 확장 기관절개술(PDT)을 권했다.
수술 하루 뒤 의사와 통화를 마친 박씨는 펑펑 울었다. 의사는 "많이 좋아지셨다"고 했다.
◇ 기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일관된 매뉴얼 아래…
"기적 같은 말을 들으니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습니다."
박씨는 연합뉴스에 "길어야 사흘이라고 했는데 벌써 15일째다"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고 아직도 기적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리병동이라 직접 부친이나 의료진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에 한 번씩 걸려오는 의료진의 전화가 큰 위로가 됐다.
그는 "의사와 전화에 심정이 멎을 만큼 긴장하면서도 위로를 받았다"며 "가족과 매일 아버지 안부를 공유하며 의사만 믿고 기도한다"고 했다.
부친이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모친(68)도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질병관리본부와 타 기관에 확진자 명단이 바로 전달되지 않아 병원 배정까지 근 하루가 걸렸다.
박씨는 급속히 확산하는 전염병에 혼란은 어쩔 수 없으나 보건당국의 일관되지 못한 태도에 불안하고 분노했다고 한다.
그는 "건강한 일반인도 독감에 걸리면 치료와 약 복용 없이 견디기 힘들다"며 "보건소 전화 상담을 위해 고령 환자들이 하루 2시간 이상씩 수화기를 들고 통화 연결을 기다릴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를 받아도 병실이 없다고 방치됐다"며 "소견서를 뗄 정도로 증상이 있고, 확진 판정을 받으면 해열제라도 처방받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확진자인 부모 집 방역에 관한 어떠한 정보나 매뉴얼도 전해 듣지 못했다고 한다.
보건소 6곳에 문의했는데 안내하는 내용이 다 달랐다.
어떤 곳은 방역한 공간에 왜 들어갔냐고 따져 묻고, 다른 곳은 물건을 다 버리라고 했다.
또 다른 곳은 방역했으니 괜찮을 것 같다며 구체적인 지침이 아니라 담당자 개인 의견을 알려줬다.
정확한 안내가 없이 부모가 사용한 음식과 칫솔 등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박씨는 "언론은 확진자 사망 소식만 전했다"며 "검사, 확진 후 병실 대기, 방역, 일상생활 처리 방법 등 개개인이 하나하나 물어봐야 하는 상황에 좌절했다"고 했다.
그는 "대구에 일주일 머무는 동안 다들 힘들고 어수선한 상황임을 충분히 느꼈다"며 "보건소와 접촉 자체가 어려웠고 매뉴얼이 없어서인지 각각 설명을 해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두 번 상처"라며 "하루빨리 일관된 매뉴얼을 정립해야 예방뿐 아니라 사후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주 넘게 대구보훈병원에 입원 중인 모친은 이제 퇴원 직전인 회복 단계에 들어갔다.
그는 "평범했던 일상이 이제 저에겐 기적이란 단어로 대체되었다"며 "치료를 받는 모든 분과 가족들에게 기적 같은 일상이 되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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