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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장학금 받으려면 '가난 증명하라'는 서울대…인권위 권고 무시

    교육 | 04-01 09:42

    신청서에 '경제적 절박함 기재' 요구…학생들 "가난 전시할 말이냐"
    인권위, 2년 전 "학생 경제 상황은 공적 자료로 파악" 대학에 권고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연합뉴스TV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개인 사정으로 장학금이 필요했는데, 신청서에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시오'란 문구를 보고 자존심이 상했어요."

    서울대 사회대 석사과정 두 학기째인 A(27) 씨는 단과대 장학금인 '선한인재지원금'을 신청하려 했지만, 장학금 신청서를 보고 고민 끝에 결국 다른 장학금을 신청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장학사업에서 '가난을 증명하라'는 식의 신청 양식 사용을 지양하라고 2년 전 각 대학에 권고했지만, 서울대는 여전히 이런 양식 작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개별 단과대가 운영하는 선한인재지원금 제도는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6개월간 월 30만원씩 지원해주고, 이후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장학 수혜자가 소액기부를 통해 갚는 방식의 장학제도다.

    2019학년도 1학기 선한인재지원금 신청서 자기소개서에는 "선한인재지원금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를 적으라며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선발에 참고하겠다"고 돼 있다. 지원자에게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세 등급으로 나눠 선택하라는 요구도 했다.

    A 씨는 "어차피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를 제출하는데, 경제적 절박함을 굳이 자기소개서에 다시 적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내 가난함과 절박함을 구체적으로 전시하는 것이 '선한 인재'가 되는 요건이 된다는 사실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B 씨도 "장학금 수혜 인원은 이미 정해져 있을 텐데, 결국 자기소개서에 적은 경제적 형편으로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인권위가 두 해전 관련 내용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서울대에서는 별다른 변화 움직임이 없다는 데 있다.

    2017년 인권위는 "대학 장학금 지원서에 어려운 가정·경제 상황을 적게 하는 것은 신청 학생의 자존감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관행을 지양하라고 대학 당국과 장학재단에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신청 학생의 가정·경제적 상황은 객관적인 공적 자료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장학금의 취지나 목적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사회대 장학업무 담당 관계자는 "장학금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경제적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활용됐다"며 "이번 학기에는 자기소개서 내용과 상관없이 신청자 전원이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7년 인권위 권고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다음 학기부터 논란이 된 해당 문구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c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4/01 07:3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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