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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툭하면 시험지 유출, 생활기록부 조작…"고교내신 어찌 믿나"

    사건/사고 | 11-13 11:04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에 교육계 "총체적 위기" 우려
    교육당국 '특별대책'도 무용지물…정시 확대 목소리 커져



    (전국종합=연합뉴스)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이 재직 당시 시험문제·정답을 빼돌려 자신의 쌍둥이 자매에게 준 부정 행위가 드러나면서 고등학교 내신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서울=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시험지. 시험지에 해당 시험문제의 정답(빨간 원)이 적혀있다. [수서경찰서 제공]


    구속된 이 학교의 전임 교무부장과 그의 두 쌍둥이 자매는 혐의를 부인하지만, 경찰은 작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제외한 모든 중간·기말고사 때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학벌 지상주의, 목적 제일주의가 빚어낸 산물이자 학교 교육의 '총체적 위기'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서슴없이 부정 행위에 나서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교육 현실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고교 내신 조작 비일비재…교육당국 '특별대책'도 무용지물

    전국을 들썩이게 하는 교육계의 부정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숙명여고 문제유출 된 시험지와 암기장
    숙명여고 문제유출 된 시험지와 암기장(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 진점옥 수사과장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04년 서울의 한 고교 교사가 검사 아들인 학생의 점수를 올려주다가 적발됐다. 이듬해에는 서울의 사립고 교장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친분이 있는 학부모에게 빼돌린 사건이 터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교육 당국은 특별대책이라며 다양한 근절 방안을 내놨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대입 관련 부정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 성남에서도 '숙명여고 시험문제·답안 유출'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사립고 교무부장이 2013∼2014년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에 다니는 딸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학교생활종합기록부를 조작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그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임의로 접속, 자신의 딸이 '학교 선거문화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식의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표현을 생활종합기록부에 기재했다.

    이런 행위가 탄로가 나면서 그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내신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행평가 역시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적절한 기준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점수를 준 교사들이 적지 않아서다.

    대전의 한 고교 수학교사는 2016년 4등급 배점 기준을 따르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최고점을 줬고, 충북의 한 과학교사도 6개 반 208명 전원에게 수행평가 만점을 줬다.

    강원 속초의 한 고교에서는 2014년 1학년 355명 전원이 특정 과목 수행평가 태도 영역에서 100점을 받았다가 도교육청 감사 때 적발됐다.

    강원 양양과 대전의 고교에서는 결석한 학생에게 개근상을 줬다가 교육청 감사 때 적발됐다.


    경찰, 숙명여고 문제유출 시험지 공개
    경찰, 숙명여고 문제유출 시험지 공개(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에 앞서 경찰이 압수한 시험지와 암기장 등을 공개하고 있다.
    yatoya@yna.co.kr


    ◇ 시험지 유출하고 훔치고…성적 지상주의에 실종된 교육 양심

    인천 서구의 한 고교 영어교사는 2014∼2015년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의 친척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줬다는 의혹을 샀다.

    이 학교 3학년생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이 교사는 "학생들이 시험 전 교무실로 찾아와 '어떤 것이 시험에 주로 나오느냐'고 물어 답해준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입건됐다.

    지난 8월 전북의 한 고교에서는 한 여학생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수학과 영어, 한국지리, 세계사 등 4개 과목 시험지를 훔친 사실이 드러났다.

    교실 휴지통에 몰래 버린 시험지가 발견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4개 과목 시험을 다시 치러야 했고, 이 여학생을 비롯해 이 사건에 연루된 4명은 결국 자퇴서를 냈다.

    지난달에는 전남 목포의 한 고교에서 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된 일이 있다.

    시험 사흘 전 한 학생이 잠기지 않은 교사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2018 중간고사 대비 모의고사 변형 문제'를 출력해 간 것이다.


    '문제유출 의혹' 숙명여고 사태에 분노한 학부모들
    '문제유출 의혹' 숙명여고 사태에 분노한 학부모들(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지난 5일 오후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 학부모들이 모여 흰 천을 교문에 묶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뾰족한 근절 대책 없어…학부모단체 "정시 확대가 해법"

    시험지·정답 유출, 학교생활종합기록부 조작, 수행평가 배점 기준 무시 등 고교 내신과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지만 이를 근절할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교육계 내부에서는 내신 관리 투명성을 강화하는 정밀한 시스템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들의 도덕성·책임성 강화, 학생들의 일탈행위 방지를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상철 부산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내신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게 안타깝지만 내신 비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신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일선 교육청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매뉴얼을 정비하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의 도덕성·책임성을 높이고 출제·시험지 보관·채점 등 단계별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확대하는 게 유일한 대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성적조작죄 인정 요구하는 학부모 단체
    성적조작죄 인정 요구하는 학부모 단체(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교장, 교사의 성적 조작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12일 숙명여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해 "수능시험이 '깜깜이 학생부종합전형'보다 훨씬 객관적이며, 정시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내신 성적을 그대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 대학들의 우려도 크다.

    계명대 강문식 입학부총장은 "내신 성적만 보고 학생들을 뽑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며 "전체 틀을 다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번 사건이 내신의 공정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시험지·답안 빼돌리기, 학교생활종합기록부 조작 등 고교 내신을 둘러싼 도덕 불감증은 고교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인 만큼 교육 당국과 교사, 학부모, 학생, 그리고 사회 전체가 나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선경, 박재천, 백도인, 손상원, 심규석, 양지웅, 이덕기, 이영주, 이종민, 정찬욱, 최은지 기자)

    k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11/13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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