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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 트럼프까지…미·중 관계 '가시밭길' 예고
오바마 '亞 재균형' 전략에 중국 맞대응 지속
트럼프의 대만 접촉에 中 긴장…신형대국관계 제동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갈등을 빚으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보장받으려는 '신형대국 관계'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오바마 미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외교 무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해온 데 이어 트럼프마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5일 중국 매체들과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에 개입한 오바마 미 행정부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지속해서 견제해왔다.
지난 9월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미·중 정상이 남중국해, 사드, 인권문제를 놓고 공방을 펼치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히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남중국해, 인권, 무역 문제 등에서 대중 압박공세를 펼쳤다.
중국은 항저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빈으로 대우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전용기 계단에는 레드카펫도 깔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의전상 홀대를 했다는 논란까지 야기하며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어 지난달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시 주석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수준의 짧고 의례적인 양자회담만 하며 트럼프의 차기 정부와 거래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쳐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들 정상의 갈등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국가 안보를 들어 지난 2일 중국 자본의 독일 반도체 기업 인수 합병(M&A)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 푸젠 그랜드 칩(FGC)에 대해 아익스트론 미국 자회사 인수 계획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정상적인 상업적 행위이므로 시장과 업계의 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오바마 행정부 말기까지 대립해온 미·중 관계는 내치를 중시할 것으로 보였던 트럼프 당선인이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또다시 격랑 속에 빠질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만 총통이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며 "감사하다"면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했음을 공개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정상 간 공식 회동이나 직접 대면은 물론 전화통화도 극력 회피해왔던 것을 뒤집는 행동이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합의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이날 통화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비판에 응수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잉원 총통 간의 전화통화에 대해 "이미 미국의 유관방면(당국)에 엄정한 항의를 제기했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면서 "우리는 미국 당국에 하나의 중'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며 중미 간 체결한 3개 공동 코뮈니케(공보)의 약속을 준수할 것과 신중하고 적절하게 대만 문제를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며 신형대국 관계의 틀 안에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 문제에 관련해 한 발 더 나아갈 경우 중국도 맞대응하겠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트럼프 당선인과 중국의 관계가 더욱 복잡 미묘한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며 집권하게 되면 환율조작국 지정은 물론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까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위협해왔다.
아직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후 정책 방향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최근 대만 등을 향해 보인 거침없는 행보를 볼 때 무역, 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중국과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견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그동안 트럼프가 대선에 했던 말이 선거용 발언이기 기대하며 트럼프 측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대만 총통과 통화로 인해 트럼프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경계감이 생겨 향후 미·중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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