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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30대에 쓴 미출간 원고 14편 발굴
소설가 백금남, 신간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에 수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법정 스님이 30대 초반 교계 언론에 발표했지만 책으로 출간되지 않은 시와 칼럼, 불교 설화가 발굴됐다.
출판사 쌤앤파커스는 소설가 백금남씨가 쓴 소설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에 법정 스님이 1963~1968년 '대한불교신문'에 '소소산인'(笑笑山人)이라는 필명과 '법정'이라는 법명으로 기고한 글 14편을 찾아내 실었다고 30일 밝혔다.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는 2010년 백씨가 법정 스님 입적 직후 펴낸 소설 '법정, 맑고 향기로운 사람'의 개정 증보판으로, 스님이 출가해 열반에 들 때까지의 삶을 다뤘다.
당시 '어떤 나무의 분노', '정물', '먼 강물 소리', '다래헌 일지' 등 법정 스님의 미출간 시 9편을 발굴했던 백씨는 이번에 시 3편, 칼럼 4편, 불교 설화 7편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번에 소개된 시는 법정 스님이 성철 스님의 은사인 동산 스님이 입적한 1965년 발표한 시 '식탁유감', '쾌청'과 1968년 쓴 '봄밤에' 등이다.
법정 스님은 '봄밤에'에서 몸은 속세에 묶여 있지만, 정신은 해탈을 바라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내 안에서도 / 움이 트는 것일까. / 몸은 욕계에 있는데 / 마음은 저 높이 무색계천. // 아득히 멀어버린 / 강 건너 목소리들이 / 어쩌자고 또 / 들려오는 것일까. // (중략) // 나도 이만한 거리에서 / 이러한 모습으로 / 한 천년 무심한 / 바위라도 되고 싶어."('봄밤에' 중)
시를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드러냈던 법정 스님은 칼럼을 쓸 때는 불교계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1964년 세 차례에 걸쳐 쓴 '부처님 전상서'에서 법정 스님은 종교인들이 중생의 길잡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가르치는 이나 배우는 사람들이 종교가 무엇인지, 혼미한 오늘의 현실에 종교인으로서 어떠한 사명을 해야 할 것인지를 풍문으로나마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또 '전국승려대회에 임하는 자세'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승려대회 개최에 반대하면서 "우리들이 종교인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처지에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숙고해볼 때 찬성할 수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 칼럼과 함께 게재된 불교 설화는 법정 스님이 불교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이번에 소개된 글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법정 스님의 초기작"이라며 "젊은 수행자의 내면세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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