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뚫고 용접 대우조선 근로자 "모든 게 잘 될 것"
'한낮 50도' 아스팔트 위 교통경찰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이경욱 장아름 기자 =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處暑)가 지났지만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올여름 불볕더위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땡볕에 달궈진 선박 갑판과 아스팔트 도로 위 근로자들은 오늘도 폭염에 맞서 사투를 벌이며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폭염 맞서 일하는 거제도 조선소 용접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낮 최고기온이 영상 32도까지 치솟은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 사내협력사 K기업의 용접사 한모(34)씨는 두꺼운 용접복 차림으로 용접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은 낮 기온이 영상 30도를 넘어 작업 시작 시각이 1시 30분으로 30분 늦춰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아 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이번 주는 그나마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조금씩 낮아져 차라리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한씨와 동료들은 정확히 오후 1시 30분이 되자 용접모를 쓰고 각자 작업 위치로 향했다.
햇빛에 달궈진 선박 갑판 위 철판은 온도가 70도에 육박했다.
한씨는 이날 실내에서 러그를 매다는 용접 작업을 했다.
러그는 크레인으로 선박 블록을 선박에 탑재할 때 쇠줄을 걸기 위해 사용된다.
3천도 온도 용접기로 일하는 조선소 근로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내지만 한씨가 다루는 용접기의 온도는 무려 3천도에 달해 멀리서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용접복을 껴입고 용접모와 보안경까지 쓴 한 씨는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 없었다.
튀는 불꽃은 폭염을 더 절절히 느끼게 한다.
공기가 나오는 에어 재킷이 그나마 체온을 떨어뜨려 주지만 폭염을 물리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러그 용접을 혼자서 할 정도면 상당히 숙련된 용접사다.
3개월 전 K기업으로 이직한 한 씨는 얼린 생수 한 병에 의지한 채 용접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면서도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웃었다.
한 씨는 "밖에서 대우조선이 위기라는 소리를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묵묵히 일을 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폭염' 아스팔트 위 교통경찰관 [전남지방경찰청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여름이면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오르는 아스팔트 도로.
광주 광산경찰서 교통안전계 김학엽 경장(33)은 일과시간의 절반을 계란프라이가 익을 정도로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보낸다.
폭염 속 아스팔트는 꾸물꾸물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아스팔트가 녹아내린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점심을 마치고 광주 광산구 수완동 롯데마트 앞 대로에서 오후 근무를 시작한 김 경장은 "이번 주에는 그래도 기온이 2∼3도 떨어져 근무하기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폭염' 아스팔트 위 교통경찰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그늘 한 점 없는 도로 위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열기까지 한몸에 받자 채 5분도 안 돼 얼굴과 목이 땀 범벅이 됐다.
한여름에는 모자와 흰 장갑이라도 벗어버리고 싶지만 운전자들이 멀리서도 도로 위 경찰관의 존재와 수신호를 잘 인식할 수 있게 하려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를 기준으로 1일 2교대로 근무하는 교통경찰관은 주간 근무 시 6시간 안팎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
30분 근무 후 10∼20분가량 휴식을 취하는데 열기로 달아오른 순찰차에 탈 수는 없어 인근 건물 입구 등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힌 후 도로 위로 돌아간다.
복잡한 퇴근시간대에는 30분 근무 후 교대마저 쉽지 않아 2시간 연속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는 도로 위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경찰청은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주의보 발령 시 30분 내로 현장근무자를 교대시키고 사이드카 교통순찰 업무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혹서기 근무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폭염' 아스팔트 위 교통경찰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지방경찰청은 이와 별도로 교통경찰관과 기동대원 등 450명에게 쿨토시를 개인당 2개씩 지급했다.
전남지방경찰청도 외근 경찰관 400명에게 쿨토시를 지급하고 아이스박스를 구입해 순찰차에 비치하도록 했다.
교통 근무 4개월 차인 김 경장은 "출근길에 항상 얼음물 두 병을 가지고 나온다. 기능성 속옷과 쿨토시도 챙겨입고 있다"며 "힘들지만 누군가는 꼭 있어야 할 곳이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괜찮다"며 웃었다.
areu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24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