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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언론 "러 이란 공군기지 이용 중단은 양국 이견 때문"
"이란, 러의 전면적 기지 이용 원치 않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을 위한 이란 기지 이용을 며칠 만에 중단한 것은 기지 사용과 관련한 양국 간 이견 때문이라고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던 러시아의 이란 기지 사용이 불과 며칠 만에 전격적으로 중단된 데 대한 설명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 소식통은 "양국 간에 이견이 있었다"고 확인하면서 "러시아는 이란 기지를 단순한 재급유용이 아니라 모든 필요한 시설을 갖춘 완전한 공군기지로 이용하길 원했지만 이란은 이를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이 자국을 이용해 중동에 대한 패권을 과시하려는 러시아의 태도에 불만을 느낀 데다 미국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 연구원 알렉세이 말라셴코는 "이란 지도부는 자국과의 협력을 스스로의 야망을 실현하는 장으로 이용하려는 러시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은) 이란이 러시아의 '동생'이 되길 원치 않으며 동등한 지위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서방과의 핵 협상 타결로)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의 우선 과제는 러시아가 아닌 서방과의 협력관계"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 소장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도 "서방과 복잡한 게임을 하고 있는 이란이 러시아의 위성국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스크바 동방학연구소 산하 중동연구센터 연구원 라나 라반디파다이는 "이란의 결정에 미국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이란은 비밀이 지켜졌어야 할 기지 제공 사실을 러시아가 공개한 것에 불만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러시아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이란 중서부 하메단 인근의 공군기지를 이용해 시리아 공습작전을 벌였다. 하메단 기지에서 발진한 러시아 폭격기들이 시리아 내 알레포, 데이르에조르, 이들립 등에 있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자바트 파테 알샴 등의 근거지를 폭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습작전 첫날 이란 기지 사용 사실을 공개하면서 자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자국 폭격기들이 시리아 IS 기지들을 폭격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한때 기지 제공 사실을 부인했던 이란은 러시아의 구체적 발표에 결국 러시아 폭격기의 자국 내 공군기지 사용을 시인하면서도 "러시아군이 이란에 주둔하는 게 아니라 급유와 폭탄 장전을 위한 것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호세인 데흐칸 이란 국방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기지 제공을 중단키로 결정한 22일 자국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이란 공군기지 사용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했다.
데흐칸 장관은 "러시아는 자신들이 국제 문제에 영향력이 큰 '슈퍼파워'라는 사실을 과시하려 했다"며 "이는 보여주기식이 점잖지 못한 언행"이라고 비난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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