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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경 시인 추모전 여는 성기완 "아버지와 대화하는 느낌"
다음달 4일까지 '암호적 상상: 성찬경+성기완' 열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나사 등 부품들을 담은 편지봉투를 남기셨는데 '이것으로 뭘 만드시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더라고요. 결국 그것이 암호로 남아 산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거죠. 그 암호를 해독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에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리더이자 시인인 성기완(50)이 아버지 고(故) 성찬경 시인(1930~2013)을 위한 두 번째 추모전을 연다. '암호적 상상: 성찬경+성기완'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3가 7 1/2 공간과 주변 일대에서 열린다.
'암호적 상상: 성찬경+성기완'에서는 첫 번째 추모전 '응암동 물질고아원'에 이어 성찬경 시인이 생전 길에서 주운 사물들로 만든 오브제, 실용품 등이 전시된다.
성 시인은 알려진 대로 버려진 폐품들을 '고아'로 부르며 마당에 모아놓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했고, 이는 성기완을 포함한 오남매에게 소중한 유품이 됐다.


성기완은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아원장'을 자청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집에는 생활용품인지, 예술작품인지 알 수 없는 사물들로 가득했다"며 "이번 전시도 첫 번째 전시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공간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시가 진행되는 세운상가 근처는 아버지가 자주 가시던 장소로, 아버지의 유품들과 아주 잘 어울린다"며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 사이로 작품들이 배치되면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보물찾기' 같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사물 외에도 시와 소리가 결합한 작업들로도 구성된다.
성기완은 성찬경의 일자시집 '해'에 수록된 시 103편과 '나사 시' 18편을 인공합성된 디지털 목소리로 전시공간 일대에서 무한 재생할 계획이다.
그는 이 작업을 위해 아버지의 목소리가 녹음된 음성파일에서 일일이 자음과 모음을 분리·추출했다. 또 이를 자신이 발음한 자음, 모음과 합성시켜 무작위로 재생시켰다. 일례로 '배'라는 일자시는 아버지 성찬경이 발음한 자음 'ㅂ'에 아들 성기완이 말한 'ㅐ'를 덧붙이는 방식을 취했다.
성기완은 "아버지와 제 목소리가 합쳐지는 걸 보니 아버지와 무언가 끈이 이어지는 느낌이다"라며 "일부러 피치도 고르게 맞추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발성 자체가 음악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 같은 작업을 하게 됐을까.
"시 역시 음악과 마찬가지로 발성기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집중하고 싶었어요. 시에도 사운드 차원에서 말할 수 있는 리듬이 있어요. 그걸 살리고 싶었죠."
성기완은 이번 전시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암호를 꿰맞추고, 흩어져 있는 나사들을 다시 끼우고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결국 이런 작업은 아버지가 남긴 존재론적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마지막 설명이 돌아왔다.
"전시장을 산책하듯 다니면서 그 안에 다른 뭔가를 찾는 전시가 됐으면 해요. 관람객들이 일상적인 전시라고 생각하고 다녀왔는데 결국 비일상적인 흔적들을 기억에 담고 가는 전시였으면 합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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