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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살인범이 훈장을 보유하고 있다니

(서울=연합뉴스) 정부의 훈장ㆍ포장 등 포상 관리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를 대상으로 기관운영 감사를 벌인 결과 처벌을 받아 서훈 취소 대상자인데도 훈장이나 포장을 유지하고 있는 취득자는 40명, 훈ㆍ포장 수는 49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훈법 등 관계 법률은 사형ㆍ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받는 경우에는 서훈을 취소하고 훈ㆍ포장 등을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사례를 보면 성폭행과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동탑산업훈장 수훈자가 여전히 훈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법규에 따라 수훈이 박탈됐어야 하지만 관계 기관의 관리 소홀로 여전히 훈ㆍ포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산업포장 취득자, 사기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체육훈장 수훈자, 횡령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산업포장과 금탑산업 훈장 수훈자가 포함돼 있었다. 군인 등 공직자 3명은 살인ㆍ강도 등 혐의로 국가유공자 등록이 취소됐는데도 서훈은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상훈법에 따르면 훈장과 포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나 우방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한다. '훈장'이란 '자랑스러운 경력이나 업적'이라는 뜻을 나타낼 때 비유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렇듯 훈장이나 포장은 취득자와 그 가족에게는 영광이기도 하지만 사회 일반에는 모두가 칭송하고 본받아야 할 '모범'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수여할 때 적격자를 가려내는 것 못지않게 사후에도 훈ㆍ포장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기는커녕 사악한 범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이 훈장이나 포장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훈ㆍ포장의 권위와 품격을 떨어트리고 훈ㆍ포장이 부여하는 명예에 걸맞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취득자에게도 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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