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김보경 기자 = 소설가 황석영(73)이 28년 만에 단편소설을 펴낸다.
22일 계간 '창작과비평'에 따르면 황석영의 단편 '만각 스님'은 '창작과비평' 50주년 기념호인 2016년 봄호(통권 171호)에 실릴 예정이다. 황석영의 단편은 1988년 '열애' 이후 처음이다.
황석영은 등단작인 '입석부근'을 포함해 '객지', '삼포가는 길', '한씨연대기' 등의 단편을 썼다.
'만각 스님'은 대한항공 여객기가 격추된 1983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인 소설가 '나'는 연재소설을 마무리하기 위해 전남 담양의 호국사에 내려간다. '나'는 호국사에서 만난 만각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전쟁과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흔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만각 스님'은 황석영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소설가 '나'는 1980년대 역사소설 '장길산'을 연재했던 작가를 연상시킨다. 또 황석영은 소설 곳곳에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과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아들 원경 스님의 이야기를 중첩하며 논픽션 성격을 강화한다.
소설은 '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실제 주인공은 만각 스님이다.
'뒤늦게 깨닫는다(晩覺)'는 뜻의 법명을 지닌 스님은 사십이 넘어서 중이 된 특이한 인물이다. '나'는 소설 말미에 만각 스님이 한국전쟁 당시 공비토벌로 훈장을 받은 경찰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만각 스님이 죽은 빨치산과 민간인의 위령제를 지내는 장면은 개인과 사회의 회한을 이야기한 황석영의 장편소설 '해질 무렵'을 떠올리게 한다.
황석영은 다음과 같은 말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나는 스님의 법명이 자기에게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디 그이뿐이랴. 사람살이란 언제나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의 반복이 아니던가."
황석영은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년 말에 청탁을 받고 사흘 만에 작품을 썼다"며 "오랜만에 단편을 써서 그런지 좋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는 "늘 글 빚을 안고 살다 보니 장편만 쓰게 됐다"며 "그러나 장편은 작품 전체의 구성을 신경 써야 하는 등 힘든 점이 많다. 그런 면에서 단편은 쓰는 즐거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석영은 "단편은 예술적인 면이 강하다"며 앞으로 즐겨 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는 '관촌수필'에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써내려간 이문구를 언급하며 "마지막 썼던 '열애'도 제가 겪은 일을 수필 쓰듯이 쓴 작품이다"라며 "작가 일기 형식으로 단편을 2~3개 더 써서 단편집을 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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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