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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티 "시카고심포니, 바위처럼 탄탄하고 온화한 악단"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끌고 12년 만에 내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음악 세계의 경이 중 하나이자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클래식 교향악단 중 하나인 시카고심포니와 함께 내한하게 돼 매우 기쁩니다. 대중에게 대단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카르도 무티(75)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를 이끌고 이달, 2004년 이후 12년 만에 내한한다.
무티는 앞서 1985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1996년과 2004년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함께 내한한 바 있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공연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무티는 카라얀과 번스타인 이후 현존하는 세계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거장이다.

시카고 심포니는 영국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2008년 선정한 '세계 톱5 오케스트라'에 이름을 올린 미국 최강의 오케스트라다. 그래미상 수상 기록만 62회에 이른다.
1891년 창단 이후 프리츠 라이너를 시작으로 게오르그 솔티, 다니엘 바렌보임, 무티로 이어지는 명지휘자들의 손을 거쳤다. 특히 2010년 무티가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라이너와 솔티 재임기에 이어 '제3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합주능력, 개인기, 음악성 등 두루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막강한 금관파트에서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무티는 2013년 시카고 심포니의 첫 내한공연을 이끌기로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무대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공연으로 꼽힌다.
무티는 12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시카고 심포니는 바위처럼 매우 탄탄하면서도 굉장히 온화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라며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훌륭한 오케스트라들이 그렇듯이 단원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사운드, 오랜 세월 솔티에 의해 빚어진 사운드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티는 특히 또한번의 전성기를 이끈 원동력에 대해 "단원 모두가 CSO의 일원인 데 자부심을 갖고 완벽에 가까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애쓴다"며 "시카고 심포니와 함께하면 지휘자는 예술적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의 조합이 빠르고 복잡한 세상에서 매우 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자평했다.
1973년 CSO와 첫 호흡을 맞춘 무티는 1975년 이후 CSO와 인연이 없다가 2007년, 30여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는 당시 첫 리허설을 "기적"이고, "마법"이었다고 회고하며 CSO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그곳에는 상호 간의 이해와 존경이 있었고, 그것은 종국에는 사랑이 됐다"며 "음악감독을 맡은 지 5년여가 됐지만, 여전히 밀월기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틀에 걸쳐 무티가 직접 선곡한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첫날에는 베토벤 교향곡 5번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하고 둘째 날에는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 '고전적', 힌데미트의 '현과 관을 위한 협주음악',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이 기다린다.
무티는 "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들과 이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며 "특히 CSO는 '말러 오케스트라'라고 부를 정도로 말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깊다"고 말했다.
무티는 "오케스트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로 구성된 일종의 민주사회와 같다"며 "100명의 사람들은 지휘자가 천국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며 그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서 외교관도, 심리학자도 돼야 하며,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고 가끔은 권위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지휘자, 음악감독은 리더, 아버지, 형이 되야지 독재자가 돼서는 안된다"면서 "그렇다고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그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사랑받는 것만을 원하는 지휘자는 제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티는 또 "모든 지휘자는 작곡기법을 매우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저도 작곡을 10년 정도 배웠는데, 요즘 젊은 지휘자들은 일반적으로 화성법과 대위법, 관현악 편성법 등을 깊게 연구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포디엄에서 보여지는 쇼와 같은 외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2014년 임기가 2020년까지 연장된 그는 남은 기간 초점을 둘 부분에 대해 "세상이 계속해서 무너지고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된다면 클래식 음악과는 더욱더 멀어질 것"이라며 "미래의 도전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클래식 음악이 필요한지가 아니라 사람들과 클래식 음악이 친숙해 질 수 있게 하는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느냐"라고 강조했다.
"저는 이미 '커리어'를 쌓았기 때문에 CSO에 '커리어'를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CSO 역시 성공적인 커리어가 있기에 우리는 무엇인가를 증명해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영혼과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음악으로 사람들을 섬기고, 세상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겁니다."
공연은 오는 28~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람료는 7만~36만원. 문의 ☎ 02-599-5743.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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