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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터부시된 죽음의 문제 자유롭게 말하고 싶었어요"
'천국의 문'으로 제40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죽음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우리가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가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소설가 김경욱(46)은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천국의 문'으로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김경욱은 지난 1993년 '아웃사이더'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 '장국영이 죽었다고?' 등의 소설집과 '아크로폴리스', '모리슨 호텔'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중진작가다.
그는 2008년 현대문학상, 2009년 동인문학상을 거쳐 올해 이상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김경욱은 "저한테 글쓰기는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던지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며 "상을 받으면 기쁘긴 하지만 한편으론 부끄럽다. 이번에도 많이 부끄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국의 문'은 치매로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딸의 시선으로 처리한 작품이다. 그는 작품에서 한국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의 죽음, 가족공동체의 해체 등을 풀어놓는다. 특히 부성의 부재를 치밀하게 다룬다.
김경욱은 이 작품에서 죽음의 문제를 비정하리만큼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심사위원이던 서울대 김종욱 교수가 "'아버지의 죽음을 이렇게 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며 "죽음 자체를 해석하는 특유의 시각을 높이 샀다"고 말할 정도다. 아들이 아닌 딸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묘사한 것도 이런 거리 두기의 한 방법이었다.
김경욱은 "아들의 시선에서 썼으면 편하게 썼을 텐데"라며 운을 뗐다.
그는 "저는 죽음을 대인적이 아닌 사회적인 관점에서 쓰고 싶었다"며 "아들의 시선으로 쓰면 감정이입이 됐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어떻게 죽음을 정의내리고, 대처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를 써야 했기 때문에 거리를 둬야 했다"고 덧붙였다.
제목을 '천국의 문'으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욱은 등장인물 중 하나인 남자 간호사의 이야기로 답을 대신했다.
"소설에서 남자 간호사는 우리가 죽음에 가지는 통념과 다른 관점을 제시해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의 이동이죠. 그는 죽음은 우리 자신보다 더 큰 존재 일부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경원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요. 그런 관점에서 '천국의 문'이라는 제목을 썼습니다."
김경욱은 2000년 이후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내놨다.
"늘 죽음이란 문제를 의식하고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우리가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찾을 때 그 반대말을 떠올리잖아요. 삶과 죽음도 그런 거죠. 우리가 삶만을 생각할 땐 온전한 의미를 발견하긴 어려워요. 반대되는 것을 아울러서 생각할 때 그 의미가 온전하게 드러나죠."
그렇다면 앞으로도 죽음에 관한 글을 쓸 계획인지 물었다.
그는 "앞으로 뭘 쓸지 모르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요. '천국의 문'이 그런 부분에서 죽음의 문제를 활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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