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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예고없이 공연취소 결례"…베이징대극원 헛걸음 수백명 北성토(종합)
수백 명 황당한 표정으로 발길 돌려…"외교결례" 분노 표출도
"수소폭탄 보유 선언이 원인?" "단원망명?"…돌발취소 배경놓고 추측 쏟아내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 "도대체 왜…",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12일 오후 6시(현지시간)께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의 중심부에 있는 국가대극원 북문 매표소 입구.
북한의 최신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서둘러 대극원에 도착한 베이징 시민들은 하나같이 황당한 표정으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표소 앞에서 기자와 만난 한 중년 남성은 "공연취소에 대해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다. 대극장 사람들도 아무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모란봉 악단이 이날 낮에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른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 이미 몇 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대극원 측은 공연 취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저쪽 매표소에서는 '당신에게 표를 준 사람에게 물어보라' 하고, 저쪽 매표소에서는 이미 취소됐다고 한다"며 "취소된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악단의 이번 공연은 일반인에게는 비공개였다.
중국당국은 2천 장의 넘는 관람권을 한꺼번에 매입해 특정인들에게만 배부했다.
대극원 홈페이지나 대극원 내에 게시된 공연 일람표에도 이들의 공연 일정은 전혀 공지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상당수 관람권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일반인들에게도 '배부'된 상태였다.
오후 7시30분으로 예정된 공연시간이 다가오면서 관람객들이 더욱 많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취소됐다"는 대극원 직원들의 말에 황당하고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는 무용지물이 된 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아내와 같이 온 한 중년 남성은 "(인터넷 등에서) 모란봉 악단의 공연을 잠깐 봤는데 정말 수준이 높았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혹시 모르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는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갑작스러운 취소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남성 관람객은 "아마도 정치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고, 그의 친구로 보이는 관람객은 "최근 김정은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중국 측이 공연 일정을 중단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북한 측의 이번 '수소폭탄 보유선언'에 대해 반응을 보인 것 아니겠느냐는 뜻이다.
또 다른 관람객은 "이건 외교결례다. 어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말한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화 대변인은 북한이 모란봉 악단을 중국에 보낸 것은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공연취소 사실을 왜 공지하지 않느냐"는 관람객들의 비판에 대극원 측은 "(원래 중국당국으로부터) 공연 티켓을 받은 사람에게는 통지가 갔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만 답변했다.
대극원 측은 공연시간이 임박해서야 매표소 입구에 '사정이 있어 모란봉악단 공연이 취소됐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붙였다가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 다시 철거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대극원에 도착해 있었다는 또 다른 남성 관람객은 "오후 2시께 대극원 남문쪽으로 북한공연단(공훈국가합창단)이 들어가는 것을 봤는데 인솔자가 단원들을 마구 질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소리가 아주 커서 멀리서도 들렸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도 느닷없는 공연 취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것이 바로 조선(북한)이 줄곧 보여온 '품격'이었다"고 비꼬며 "(북한은) 신뢰를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양국 간에 문제가 발생했다. 아마도 수소폭탄 문제로 한바탕 싸운 것 같다"며 "조선은 (모란봉) 악단이 베이징을 있는 틈을 타 일방적으로 수소폭탄 보유를 선언하며 세계에 중국의 묵인을 얻었다는 인상을 주려 했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원이 망명을 했거나 시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의 관련 기사에 단 댓글에서 "(중국이) 공연을 불허한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스스로) 취소한 걸까. 어쨌든 어떤 탈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하하는 표현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한편, 중국언론이 이번 사건을 주요소식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관련 기사의 댓글란이 삭제돼 있거나 클릭해도 활성화되지 않은 현상이 잇달아 발생해 중국당국이 보도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js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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