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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문화> ⑦ 세계 사로잡은 한국 클래식
조성진·임지영·문지영 등 세계적 콩쿠르 휩쓸어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 사임 의사 표명에 '곤혹'
무용계, 강수진 등 고별, 은퇴 무대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올해는 한국 클래식 음악의 저력을 세계에 떨친 한해였다.
폴란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가운데 2개 대회에서 한국인 첫 우승자가 나오는 등 한국 클래식 음악 역사상 유례없는 낭보가 잇따랐다.
한국의 대표 오케스트라인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세계적 권위의 음반상을 받는 등 선전했지만 정명훈 예술감독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무용계에서는 내년 현역 은퇴를 앞둔 발레리나 강수진을 비롯해 고별, 은퇴 무대가 이어졌다.
◇ 세계적 무대 휩쓴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
올해는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폴란드 쇼팽 피아노 콩쿠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가운데 2개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5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스무 살 임지영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데 이어 10월에는 스물한 살의 조성진이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소식을 전해왔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인으로서는 첫 우승이었다.

9월에는 문지영이 이탈리아에서 열린 '60회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세 사람 모두 한국에서 기본기를 다졌거나 국외 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라는 점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 교육과 연주자들의 성장,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입증한 쾌거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조성진은 우승과 함께 유례없이 뜨거운 대중적 관심을 받으며 '조성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조성진의 콩쿠르 연주 실황음반은 주요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예약 판매만으로 유명 가수들의 음반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고, 발매 첫날에는 음반을 먼저 사려고 판매점 앞에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일반적 클래식 음반의 20배 규모인 5만 장이 발매 1주일 만에 매진됐다. 조성진의 인기는 클래식 음악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각종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 클래식 음반과 DVD의 판매가 급증했다.
◇ 서울시향, 국제적 음반상 성과…정명훈 사임 표명에 '곤혹'
서울시향은 지난해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한 음반 '진은숙: 3개의 협주곡'으로 올해 3월 '국제클래식음악상(ICMA)'을 받은 데 이어 4월에는 한국 오케스트라, 아시아 작곡가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BBC 뮤직 매거진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상인 영국 '그라모폰 상(Gramophone Award)'의 현대음악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9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초청 공연으로 아시아 최대 클래식 시장으로 성장 중인 중국 무대 진출에 본격적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중국에서 한중 교류 차원의 초청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서울시향의 이름과 음악을 내걸고 전석 유료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10월에는 일본 최고의 공연장 산토리홀 초청으로 무대에 섰다. 이 공연은 산토리홀이 세계에서 활약하는 음악가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해서 한 주 동안 집중 조명하는 '산토리홀 특별무대'의 하나였다.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정 예술감독의 음악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처럼 국내를 넘어 국제무대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박현정 전 대표의 성희롱·막말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당시 박 전 대표가 예술감독인 정 지휘자의 연봉과 처우 등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정 지휘자의 개인 윤리 문제로 번지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월 일부 시민단체는 정 지휘자가 항공권 부정 사용 등을 통해 업무비를 횡령한 의혹이 있다며 경찰에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 예술감독은 지난 8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향 예술감독직을 내려놓겠다", "재계약 서류에 사인하지 않겠다"면서 음악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서울시향은 정 예술감독을 상대로 계속 설득 중이다.
최흥식 서울시향 신임 대표는 최근 "재계약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계약기간은 올해 12월까지이지만 재계약 시점은 내년 초까지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 아듀! 강수진…무용수, 무용단 잇따른 고별무대
내년 현역에서 은퇴하는 48세의 발레리나 강수진이 11월 한국에서 고별 무대를 열어 고국 관객들과 작별했다.
강수진은 내년 7월 22일 독일에서 예정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을 끝으로 30년 발레리나 인생을 마감한다. 그는 정식 은퇴에 앞서 고국에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이 은퇴작을 먼저 선보였다. 한국에서 선 마지막 무대였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는 국내 최초의 민간 직업 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SBT)의 김인희 단장도 10월 '창단 20주년 기념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무용수로서 공식 은퇴했다. 올해 52세로 무용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40년 만이다.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거쳐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를 지낸 김 단장은 10년 전인 SBT 1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정식 발레 무대에 서지 않고 경영에 전념해 왔지만,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한국 최초의 현대무용단인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도 이달 창단 4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해단했다.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은 '한국 현대무용의 대모'로 불리는 육완순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이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간 차원의 창작활동과 교육을 병행하기 위해 1975년 창단한 단체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주축으로 한 이 단체의 활약으로 현대무용이 전국 대학에 급속도로 보급됐다. 이곳에서 초기 현대무용 작품 대부분이 나왔고, 현재 한국 현대무용계를 이끄는 수많은 현대무용가가 배출됐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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