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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2기 '외교안보 책사' 샌디 버거 前국가안보보좌관 사망(종합)
1차 북핵위기부터 '페리 프로세스'까지 클린턴 북핵정책에 깊숙이 관여
비밀기록 불법반출 혐의로 벌금형 맞기도…오바마 "최고의 국가안보 지도자중 한명"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빌 클린턴 행정부 2기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물렀던 샌디 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0세.
버거 전 보좌관이 회장으로 있던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암으로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정확한 병명은 알려져지 않았다.
버거 전 보좌관은 클린턴 집권1기 앤서니 레이크 국가안보보좌관 밑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있다가 집권2기인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정책들을 결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1년 1월 대통령직을 떠나면서 버거 전 보좌관에게 편지를 보내 "지난 8년간 당신만큼 의지를 많이 한 사람이 없었다"며 "당신은 미국의 이익이나 가치가 인기없는 선택을 하도록 요구했을 때 결코 움찔하지 않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버거 전 보좌관이 직면했던 최대 이슈는 유고슬라비아의 분열로 내전이 이어지고 있던 발칸반도 사태였다. 버거 전 보좌관은 1999년 코소보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폭격 결정을 내리는 백악관 회의를 주재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기 검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이행을 거부하자 이라크를 4일간이나 공습하는 '사막의 여우' 작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1998년에는 무장단체인 알 카에다가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들을 공격하자 아프가니스탄의 훈련캠프와 수단의 제약공장을 향해 순항미사일 세례를 퍼붓는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 그러나 알 카에다를 파괴하는 데에는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했고 클린턴 정권이 테러 위협 고조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난을 샀다.
그는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에서부터 2000년 대북 포괄정책인 '페리 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2004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에는 외교브레인을 맡으면서 북한과의 적극적 대화를 주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거 전 보좌관은 그러나 퇴임 이후 2003년 국립문서기록보관소를 드나들면서 클린턴 행정부의 테러 대비책을 평가한 정부 보고서 등 비밀분류 기록 일부를 바지 속에 숨겨 반출한 사실이 드러나 벌금 5만 달러와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00시간을 선고받기도 했다.
버거 전 보좌관은 지인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세운 컨설팅 회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의장으로 최근까지 활동해왔다.
뉴욕 태생인 버거 전 보좌관은 1967년 코넬대학에서 석사학위, 1971년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워싱턴D.C. 호건&하트슨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서 국제무역관계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애도성명을 내고 "버거 전 보좌관은 미국이 가진 최고의 국가안보 지도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며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부터 빌 클린턴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불확실한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헌신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오늘날 버거 전 보좌관의 업적은 발칸반도의 평화와 일본과의 강력한 동맹 구축, 중국·인도와의 협력 심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가족과 어린이들이 더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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