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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수신] 영화 '하모니'처럼…재능기부로 따뜻해지는 교도소

    | 11-11 06:09

    영화 '하모니'처럼…재능기부로 따뜻해지는 교도소
    묵묵히 중증환자 병수발…기업인 봉사활동도 눈길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여성 재소자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하모니'(2009년 작품).
    교도소에서 낳은 아기를 입양 보내야만 하는 장기수를 비롯해 안타까운 사연들을 지닌 재소자들은 음대 교수를 지낸 한 재소자의 열정 어린 지휘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는 실화에 입각한 작품이 아니다. 그런데도 작가나 감독에게 영감을 준 게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11일 교정당국에 따르면 강원 영월교도소에서 수용 생활을 하던 A씨는 이 교도소 재소자들로 구성된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했다.
    입소하기 전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실제 합창단 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재능기부를 한 것이다. 그는 음악에 생소했던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쳐 주면서 발성과 화성을 직접 가르쳤다.
    A씨의 친절한 지도를 받은 재소자 합창단은 매주 1차례씩 교도소 내 기독교 예배가 열릴 때마다 무대에 섰다.
    교도소 관계자는 "A씨의 활약 덕분에 엄숙하기만 했던 종교 집회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고 재소자들이 예배 참여율도 높아졌다"고 칭찬했다.
    A씨는 그간의 모범적인 수형생활과 더불어 동료 재소자들의 교정교화에 도움을 준 점 등을 인정받아 '제70회 교정의 날'인 지난달 28일 가석방됐다.
    미술 분야에서도 재능을 아끼지 않는 사례가 있다.
    경기 안양교도소에 있는 B씨는 전문 도공(陶工) 출신자다. 교도소에서도 도자기를 굽는 작업장에서 노역하는 경우가 많았다. 워낙 능력이 출중하다 보니 전국 기능경기대회나 교정작품전시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B씨는 수상경력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동료 재소자들에게 재능을 전수했다. B씨의 '제자'가 된 재소자들도 교정기관 내 각종 작품 전시회에 출품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도예가로 성장하고 있다고 교도소 측은 말했다.
    교정당국은 이 같은 재소자들의 재능기부가 매우 자연스럽게 싹트는 현상이라고 소개한다. 교도소에 잘 보이겠다는 뜻보다는 서로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자발적인 재능기부나 봉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교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소년교도소에서는 중·고등학교 다닐 때 성적이 우수했던 청소년들이 자율학습 시간에 검정고시를 함께 준비하는 동료에게 영어·수학을 가르쳐 주는 경우도 자주 봤다"고 전했다.
    입소 전의 사회적 직위를 잊고 헌신적인 자세로 자원봉사를 하는 재소자들도 모범적인 교정사례로 꼽힌다.
    각 교도소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이는 '보라미 봉사단'이 있다. 여기에는 교도소 직원과 교정위원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재소자들도 포함돼 있다.
    정기적으로 보육원을 찾아 청소와 도배, 빨래를 대신 해주거나 노인들에게 이발이나 안마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기업인 등 입소 전에 유력한 지위에 있던 재소자들이 죄를 뉘우치는 마음으로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고 교정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자세를 한껏 낮추고 다른 재소자들도 꺼릴 만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사례로 거론된다. 최 부회장은 작년 5월 강릉교도소로 이감된 이후 의료 분야 노역에 참여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여러 업무 중 중증 수형자를 수발하는 일을 1년4개월째 자원해서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 수형자 수발은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부터 목욕, 간병 등 의료 분야에서는 매우 고된 업무에 속한다.
    봉사활동을 자청하는 재소자들도 '2차 감염' 우려가 있어 쉽게 못 맡는 일을 최 부회장이 성실히 수행하면서 교정시설 관계자들도 애초에 '기업인 출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며 반신반의하던 시선을 거뒀다는 후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낙후된 시설이라 교도소에 쥐가 나오는데 쥐를 잡는 것도 최 부회장이 항상 하는 일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최 부회장은 이달 말이면 수형 기간의 75% 가까이를 채운다.
    교정 업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재소자들은 각 교도소에서 자주 볼 수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모범적인 수형생활로 성적이 우수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귀감이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편견을 가지고 보겠지만 교도소도 사람들이 '사람 냄새'를 풍기며 사는 곳"이라며 "죄를 뉘우치는 데서 더 나아가 서로 의지하고 돕는 모습은 교정기관 내의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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