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진료 달빛어린이병원 13곳뿐…연휴때마다 '발동동'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반대로 확대 '난항'…정부 확대 의지에도 나서는 의원 적어
의사단체 "소아청소년과 의원 몰락할 것"…참여병원 징계 추진하다 보류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미취학 아동을 둔 A씨는 지난 설 연휴때 주변에 문 연 소아과 병·의원을 찾다가 결국 포기한 경험이 있다.
감기에 걸린 것인지 아이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렸던 것. 소아과를 못찾아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지만 대기 환자가 워낙 많은데다 증상이 심해보이는 성인 환자들이 많았다. '이러다가 병원에서 병이 옮겠다'며 겁이 난 A씨는 결국 병원에 가지 않고 상태를 보기로 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A씨처럼 연휴 기간 갑자기 아이가 아프지만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 소아전용 응급실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문을 연 병원 정보를 알리고 있긴 하지만 집에서 너무 먼 곳이 많아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가기엔 부담스럽다.
정부는 이같이 휴일이나 야간에도 진료를 하는 병원을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지만 부모들을 안심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27일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 통합 홈페이지(moonlight.e-gen.or.kr)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13곳의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에는 밤 11~12시, 휴일에는 최소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3명 이상 있는 병원으로, 연간 최대 3일인 휴진일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환자를 진료한다.
달빛어린이병원에는 야간·휴일 진료 시간에 따라 의료진에 대한 수당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평균 1억8천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절반씩 부담한다.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곳 중에서도 지자체와 협의하거나 자체적으로 휴일이나 야간에도 문을 여는 소아과 의원이 있고 연휴에도 문을 여는 어린이병원의 응급실이 있기는 하지만 수가 많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작년 9월부터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부모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150명 대상·전화설문)에서는 94.0%가 "달빛어린이병원이 도움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문제는 수가 적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은 경기, 경북, 경남, 부산, 대구 2곳씩, 부산, 전북, 제주 1곳 씩이다. 서울, 전남, 충남, 충북, 강원은 1곳도 없다.
복지부는 올해 연말까지 달빛어린이병원의 수를 30곳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지난 8월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 확대 방침을 밝히자 성명서를 내면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확대는 결국 동네 소아과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증의 질환에도 장거리를 이동해 진료를 받고 주간에 올 경증환자가 야간으로 이동하는 등 의료시스템의 왜곡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늦은 밤이나 휴일에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문을 여는 병원이 없어 오래 기다리고 비싼 진료비를 부담하는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 해소를 위해 지자체와 소아과 병·의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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