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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인 파출소 동료 음주운전 적발한 경찰관의 심경 토로
"내가 너에게 음주측정기를 들이댈 줄이야"…동료 경찰관 음주단속 체험수기
"자신뿐 아니라 동료에게도 상처"…경기청, 수상작 3편 선정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올해 1월 경기도의 한 경찰서 파출소.
승진시험이 있던 날 A경사는 "근무자가 부족하다"는 파출소 팀장의 요청에 자원해서 근무를 섰다.
여느 때와 같이 사무실에 출근해 동료 직원들과 당일 있었던 승진시험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무전기를 통해 "○○교차로 교통사고 발생. 4중 추돌"이라는 지령이 내려졌다.
곧바로 현장에 출동한 A경사는 사고 차량과 견인차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낯익은 차량번호를 발견했다.
그는 "설마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사고자들에게 다가갔다.
'설마'가 '역시'로 바뀌는 순간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사고자들이 "저 사람이 운전자인데 술 냄새가 많이 난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사람은 다름 아닌 친구이자 같은 파출소 같은 팀 동료 경찰관인 B경사.
무려 10년 넘게 절친한 친구로 지낸 그가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의자가 된 것이다.
A경사는 B경사에게 다가가 "네가 사고낸 것 아니지"라고 물었지만 술에 취한 목소리로 B경사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B경사를 파출소로 연행한 A경사는 "너 미쳤니. 아내와 아이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며 다그쳤다.
파출소로 들어와 B경사를 발견한 팀장은 영문을 모른 채 "웬일로 나왔어. 시험은 잘 봤니"라며 인사말을 건넸다가 B경사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상황을 파악했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A경사는 단 한번도 생각지 못한 일을 제손으로 직접 해야 했다.
음주측정기를 가져와 친구에게 내밀면서 "측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
마음속으로는 '제발 적게 나와라...'고 되뇌었지만, 경찰관이라는 책임감 탓에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혈중알코올 농도 수치는 속절없이 면허 취소 기준을 넘어섰다.
짧은 시간이 흐른 뒤 파출소장과 경찰서 생활안전계 직원, 청문감사실 직원들이 파출소로 찾아왔다.
그러고는 B경사를 데리고 경찰서로 향했다.
A경사는 그 뒤 친구를 보지 못했다.
A경사는 수기에서 "그날 자원근무 하지 않았다면 동료는 몰라도 친구는 잃지 않았을 텐데"라며 "그 일이 있고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에 며칠간 잠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힘들게 근무하고 있을 친구에게 동료가 아닌 친구로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최근 경찰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동료경찰관 음주단속 수기를 공모해 수상작 3편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A경사는 10년 지기 친구를 단속한 가슴아픈 심경을 전하며 음주운전은 자신에게도 큰 고통이지만 이를 단속하는 동료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경기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게 됐다.
같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다른 팀장을 단속한 C경사와 같은 경찰서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선배 경찰관을 단속한 D경사도 각각 2위, 3위로 선정돼 경찰서장 표창을 받게 됐다.
경기청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올해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경찰관 13명 중 9명이 현 근무지 또는 전 근무지에서 단속됐다"며 "경찰관이라는 신분을 단속의 방패로 여기는 사례를 막고, 단속 경찰관의 심경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수기를 공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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