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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역사성 간직한 '대관정'터 보존방안 논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부영호텔 건립안 조건부 통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한제국의 영빈관으로 쓰여 당시 국가적, 도시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건물이었던 '대관정'(大觀亭) 터의 보존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소공동 103번지에 세워진 대관정은 대한제국 선포 이듬해인 1898년부터 외국인 숙소로 사용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1904년에는 일본군이 무단 점령하면서 군사령부가 됐고, 일제강점기에는 경성부립도서관이 들어섰다.

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2일 부영주택이 대관정 터에 27층 규모의 호텔을 짓겠다는 건축 건립안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이날 부영 측은 대관정 건물 유구(遺構)를 잠시 이전했다가 동일한 위치와 높이에 복원해 공개하고, 호텔 외관에 대관정 건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이에 대해 역사성을 더욱 강화하라는 조건을 제시해 통과시켰다.
앞서 부영호텔 건립안은 7월부터 문화재위원회에서 논의됐으나 보존방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보류된 바 있다.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학계에서는 대관정 터의 역사성을 훼손시키는 결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정동 목원대 명예교수는 "대관정은 '크게 볼 수 있는 정자'라는 의미로, 지대가 높아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면서 "대한제국 환구단, 황궁우(환구단의 부속 건물)와 연결되는 대한제국의 유적인 만큼 건물터라도 살려 장소성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관정 터에 호텔이 생기면 환구단 주변이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이게 된다"며 "조선호텔과 새로운 호텔 사이에 있는 소공로만이라도 구한말의 아름다운 골목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9일 오후 부영호텔의 세부개발계획을 심의한다. 위원회는 호텔 설계안의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 교통 영향을 평가해 통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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