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한반도전문가들 "한국의 승리…북한 합의이행은 지켜봐야"(종합)
"한국, 군사적 응징 의지 과시 주목…'대북확성기'는 현명한 전술"
"북한정권 '정보' 취약성 확인"…일각 "북한이 소기의 성과 거둬"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전문가들은 극적 합의를 도출해낸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놓고 대체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도 남측과의 대화국면에 계속 응하고 합의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2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이번 합의는 리더십과 결의, 집요함, 군사력, 외교력을 아우르는 한국 정부의 개가(凱歌)"라며 "이것은 내가 희망해왔던 것의 전부이자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북한이 이번 지뢰사건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일지가 회의적이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내용은 북한이 지뢰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아마도 (도발을 해도) 한국이 응징하지 못할 것이고 겁을 주면 대북확성기도 끌 것이라고 생각했을테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는게 확인됐다"며 "한반도 방위를 확고히 하면서도 외교에 있어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준 박근혜 정부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군사적으로 대응할 의지를 보였다는 것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북한은 앞으로 한국의 결의를 시험하거나 도전하는데 있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결국 물러섰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굳건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외교적·군사적 자산을 사용하면서도 '오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부시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적절한 대응수위에 대한 효율적인 조율이 있었다"며 "반면에 북한으로서는 사용할 카드가 적었고 오히려 무모하다는 평판만 재확인시켰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위기관리의 결과가 유관 당사자들에게 좋기는 하지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약속대로 이행하거나 정치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경계했다.
같은 연구소의 캐서린 문 한국석좌는 "한국이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해 대북 확성기로 대응한 것은 현명한 전술이었다"며 "한국으로서는 북한을 외교적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이번의 군사적 긴장 상황이 유용했다"고 평가하고 "한국으로서는 협상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석좌는 "지난해 상영된 영화 '인터뷰'와 이번 대북 확성기 사건을 통해 북한이 정보와 심리전에 취약하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며 "이 같은 취약성을 키우는게 열쇠"라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이 수완을 갖고 우위를 점한 협상이었다"며 "특히 대북확성기를 평화를 추구하는데 이용한 것은 기적적"이라고 평가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남북한 양측에게 퇴로를 열어준 협상결과"라며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이어 "박근혜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책임을 묻는 보기 드문 성공을 거뒀다"며 "그러나 대북 확성기 사건으로 드러난 북한 정권의 취약성이 또다른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누구도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앞으로의 초점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합의내용의 이행 여부에 있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나는 북한이 실제로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다만 북한이 대북확성기 중단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또 정권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앞으로 우려되는 점은 북한이 한국과는 대화하고 미국을 상대로는 강경정책을 유지하면서 한·미 양국 사이를 이간질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남북한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이번 합의는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지, 아니면 일시적인 적대관계 해소에 그칠지를 가늠해보는 '로르샤흐 테스트'(좌우 대칭의 불규칙한 잉크무늬를 보고 성격을 진단하는 검사법)가 될 것"이라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즉각적인 우발적 군사충돌의 위기가 해소되기는 했으나 근본적인 대립의 원인이나 긴장 상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남북한이 서로 체면치레를 하면서 군사적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을 완화하는 묘수를 찾았다"고 평가했고,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해법은 논리적인 귀결"이라고 말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CNA) 국제분석국장은 오히려 북한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애초부터 이번 도발을 남북관계의 정체를 해소하는데 활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은 특히 남한의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승리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실무급 접촉과 관련해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은 국제적인 원조를 원하고 있으며 만일 그같은 원조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면 대화의 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스 국장은 또 "만일 한국이 핵문제를 제외하고 금강산 관광 등 경제적 이슈들에 대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는 지속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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