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밀입국 업자들, EU 군사작전 난민대책 '조롱'
더타임스 "절박한 난민들 필사적…리비아 정치상황도 군사작전 가로막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유런연합(EU) 정상들이 잇따른 지중해 난민 참사를 막는 방안의 하나로 밀입국 선박을 겨냥한 군사작전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U 정상들은 2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마치고 낸 공동성명에서 "밀입국 선박들을 압류하고, 파괴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에 착수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게 군사작전 청사진을 마련토록 요청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군사작전 승인과 리비아에 대한 개입을 결의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만일 유엔 승인이 이뤄진다면 불법 이민에 대한 군사작전으로는 유럽의 첫 사례가 된다.
그러나 밀입국업자들의 반응은 이런 군사작전을 조롱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4일 전했다.
선박은 쉽게 대체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은 소형보트라도 타고 지중해를 넘을 만큼 절박하다는 이유에서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60마일 떨어진 밀입국 출항지 콤스에서 한 달에 수천달러를 버는 밀입국업자 아부 아흐메드는 더 타임스에 "우리가 문제가 아니다"면서 선박을 공격한다고 지중해 행렬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들은 유럽으로 가려고 필사적"이라며 "그들 중 일부, 특히 시리아인들은 우리 도움 없이 소형 보트를 직접 구해 지중해를 건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비아 해안 길이가 거의 2천km"라며 "어떻게 이 넓은 해안을 순찰해 우리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신문은 사실상 둘로 나뉜 리비아 정치 상황도 군사작전을 가로막을 요인으로 지목했다.
트리폴리 등 리비아 서부를 사실상 통제하는 '리비아 새벽'의 핵심 의원인 압델-콰데르 후에일리는 "우리 허락 없이 선박들을 취하는 것은 리비아에 대한 전쟁 선포로 간주될 것"이라며 "리비아 해안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U는 리비아 새벽을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않다. EU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인정한 리비아 공식 정부는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1천km 떨어진 토브룩에 있는 정부다.
후웨일리는 "밀입국 선박을 겨냥하는 것은 밀입국업자들을 지하로 숨게 할 뿐이며 어업 같은 합법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모든 관련국이 참여해야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정부의 해군도 EU 정상들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아 해군 대변인 아비유드 콰셈 대령은 "밀입국업자들보다 무기력에서 열세일 때가 종종 있다"면서 "EU가 밀입국업자들의 거대한 무기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한 밀입국업자도 "밀입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있을 때"라며 "지중해를 넘는 것은 현재 유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해안은 리비아 해안보다 유럽을 건너는 데 두배 가량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튼튼한 선박이라면 안전한 밀입국 루트로 여겨진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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