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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바우처 이미지 사진 캡처

*등유·LPG 구입비 지원사업은 연말까지 사용액에 대해 지원 예정으로 지원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음. (자료: 각 기관별 제출자료 취합). 김용민 의원실 제공

올해 초 혹한에 ‘난방비 대란’이 터지자 정부가 “취약계층에 집중해 난방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몰라서 지원을 못받는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겠다”고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운영했으나, 정작 전체 대상가구의 4분의 1인 약 50만 가구가 난방비 지원을 한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난방비 지원 발표만 하고 집행은 나몰라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산자중기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경기 남양주병)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실제 난방비 지원을 받은 가구는 총 152만 가구로 추산됐다.

에너지원별 지원가구수는 도시가스가 92만 가구, 지역난방공사가 3만 가구, 집단에너지협회가 7000가구, 등유바우처 3000가구, 연탄쿠폰 1만 8000가구, 등유·LPG 21만 가구 등 총 118만 8000세대(바우처 중복)로, 에너지바우처만 지원받은 약 33만 2000가구를 합하면 152만 가구가 확인된다. 결국 약 50만 가구는 현재까지 난방비 지원을 한푼도 받지 못한 셈이다.

올해 2월 발표된 정부의 난방비 대책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약 202만 가구에 가스비와 지역난방요금, 등유·LPG 구입비 등을 에너지 바우처를 포함해 총 59만 2000원 지원하는게 골자다. 등유바우처는 64만 1000원, 연탄쿠폰은 54만 6000원 등 기존 지원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려운 분들이 몰라서 가스비 지원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관계 부처가 철저히 안내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지원 대상자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산업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이 참여하는 ‘난방비 지원대책 집행 TF’까지 운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잘못된 난방비 지원 계획에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민 의원실 제공

에너지바우처의 경우 대상자가 특정되어 관련 정보가 복지부에서 산업부에 전달되고, 산업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우편과 문자로 신청을 독려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가스공사 등의 경우 개인정보 취급 권한이 없기 때문에 신청한 가구에 한해서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에너지바우처는 정부가, 나머지 지원은 개별 공공기관에서 하면서 에너지원별로 지원기관이 분산되다보니 지원 방식도 중구난방으로 지원대상자와 집행기관 모두 혼란이 야기됐다. 난방비 지원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추경을 통해 에너지바우처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으나, 정부가 국가재정 지원에 난색을 보이며 지원의 상당 부분을 에너지 공기업에 떠넘겼는데, 그로 인해 부실한 지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정부 차원의 집행 점검도 부실했다.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확인한 결과, 산업부는 난방비 집행 TF를 운영하며 월 1회 집행 결과를 에너지공단으로부터 보고받고 점검하기로 했으나, 이같은 점검·보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산업부 어느 부서에서도 이번 난방비 대책 결과, 어느 세대가 얼마나 지원받았는지 집계하는 부서가 없었다. 정부가 서둘러 난방비 대책만 발표하고 집행 여부는 나몰라라 한 셈이다.

그 결과 취약계층 50만 가구가 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했고, 당초 추산한 지원예산 1조 2000억 원 가운데 절반인 6000억 원 정도만 집행되고, 나머지 6000억 가량은 불용되었다.

김용민 의원은 “대한민국 10%도 되지 않는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난방비를 지원한다고 해놓고 50만 가구가 한푼도 지원받지 못한 것은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러한 실태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난방비 지원을 재정난을 겪고 있는 공기업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에너지바우처 대상자를 확대해 정부 재정으로 좀 더 책임있는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