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5 기상청GO

사건/사고 | 08-25 09:10

24일 중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부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한 1987년 이후 35년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4일 “지난해 5월부터 1년 3개월간 조사를 벌인 결과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규명됐고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진실 규명 결정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이제라도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정부가 사과하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민간 사회복지법인인 형제복지원은 정부의 비호 아래 강제수용과 폭행, 가혹 행위, 사망, 실종 등 각종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설 모(54) 씨는 6세이던 1974년 부산역 부근에서 단속반에 의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됐다. 1982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해 공사장 잡부로 어렵게 생활하다 지난 1월 48년 만에 아버지와 남동생을 극적으로 상봉하기도 했다.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해 ‘화학적 구속’이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공안 사범들을 강제수용하고 납북 귀환 어부를 감시하기 위해 보안사 요원을 위장 침투시키기도 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사망자가 그동안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 더 많은 657명으로 확인됐다.
국가 기관이 나서 형제복지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를 조직적으로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1987년 30명의 원생 집단 탈출로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보건사회부는 부랑인 강제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987년 3월 24일 청와대 정무2수석, 안기부 2국장, 내무부 차관, 대검 차장, 치안본부장, 총리 비서실장, 부산시 부시장 등 고위급이 참석한 대책회의을 열고도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정·소송을 회유하고 원장과 측근들이 다시 형제복지원 법인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진실화해위 결정이 있기까지 피해 생존자들과 사회단체의 진실 규명을 위한 눈물겨운 싸움이 있었다. 정부가 늦게나마 부끄러운 역사를 확인한 만큼 다시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구제와 트라우마 치유 등 실질적 회복 조치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들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이고 그동안의 정부 잘못도 낱낱이 밝히고 반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피해 생존자들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의 비준 동의를 서둘러 국제사회에 인권침해 근절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조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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