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9 기상청GO

사회 | 11-25 10:29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월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여야의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오히려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사용후핵연료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원전 내에 그대로 보관하도록 사실상 ‘합법화’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안 처리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뜻을 못 박았다.
●여야 고준위 특별법 본격 심사 돌입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준위 특별법은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이는 여야의 법안 심사가 본격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준위 특별법과 관련한 산자중기위 차원의 입법 공청회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이 매우 강한 핵폐기물을 의미한다.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한 종류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성환 의원(대표 발의자)이 지난 9월 15일 국회의원 23명과 함께 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사용후핵연료 처리·관리 업무를 전담할 독립적 행정위원회 신설’이 주된 내용으로 법안에 담겼다. 국가적 난제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 업무를 이 위원회에 모두 위임해 투명성과 신속한 정책 결정을 도모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항목은 부산 울산을 비롯한 전국의 탈핵단체도 “의미가 있는 내용”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고준위 특별법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인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 건설’이다. 쉽게 말해 원전 지역 외 제3의 지역에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을 완공하기 전까지는 고리원전 등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해당 원전 구역 내에 저장하도록 규정하고, 관련 시설을 짓도록 한 것이다. 특별법대로라면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4호기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부산 울산 부지에 묻히는 셈이다.
●“핵폐기물 저장 합법화 길 열어줘”
김 의원은 이 시설이 ‘임시 저장’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3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을 만들기 전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해야 원전 지역의 안전을 보다 폭넓게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탈핵·시민단체가 비판하는 지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나 영구 처분장 건립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적 난제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이 임시저장시설은 사실상 영구 처리장이 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실제로 고준위 특별법상 임시저장시설 내 사용후핵연료 보관 기간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3지역에 영구 처분장이 건립되지 않는다면 부산 울산이 사실상 ‘영구 핵폐기장’이 되는 셈이다.
지난 22일 탈핵부산시민연대가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전국 탈핵·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고준위 핵폐기물 전국회의’도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폐기 등을 촉구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정수희 활동가는 “고리원전 내에 핵폐기물 저장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특별법이 합법화의 길을 열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안 처리 방침을 강하게 내비쳤다. 김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못 찾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산업부 산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2019년 5월(출범)부터 올해 3월(활동 종료)까지 해법 도출에 나섰으나 ‘맹탕 결론’을 내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고리원전 1호기 최종 해체계획서에는 가장 중요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 담기지 못했고, 결국 지난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호기 해체 심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는 사이 여야 대선 후보들은 ‘탈원전 폐기’ 또는 ‘속도 조절론’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다른 지역과 달리 원전 사고를 항상 우려해야 하는 부산 울산 경남의 주민 안전이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전국 탈핵·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고준위 핵폐기물 전국회의’ 회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입법 추진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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