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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초유의 '4월 개학'은 불가피한 선택…수능 등 혼란없도록 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급 학교 개학이 예상대로 또다시 미뤄졌다.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새 학기 개학일을 일단 4월 6일로 추가 연기했다. 원래 3월 2일이던 개학이 세 번째 늦춰진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개학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방침인데, 현재로선 사상 처음으로 4월에 학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학 연기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당연한 조처다. 밀집도가 높은 학교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가정을 넘어 지역사회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력도 강해 극소수 확진자만 나와도 또래집단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내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한 것도 초·중·고 개학 연기에 발맞춘 상식적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불가피한 일이라 해도 개학이 정상적 학사 일정보다 5주나 미뤄지면서 학생뿐 아니라 각 가정과 학교 등 교육 주체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다. 어린이집·유치원 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등 아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당장 육아가 큰 부담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난감함은 몇 배 더 클 수밖에 없다. 학교도 짧아진 학사 일정을 급히 수정하고 학습 진도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면 챙겨봐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누구보다 당황스러운 이들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일분일초가 아까운 고3 수험생이다. 갑자기 바뀐 학사 일정에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컨디션 난조에 빠질 수도 있다. 학교 수업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재수생보다 불리하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적 비상상황인 만큼 교육 당국에만 맡겨 둘 게 아니라 유관 부처가 손잡고 개학 연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제일 급선무는 학사 일정 단축에 따른 혼란을 막는 것이다.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법정 수업일수(초중고 190일, 유치원 180일)에서 열흘을 감축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수업일수에 비례한 수업시수(이수단위) 감축 허용으로 하루 수업량이 늘어날 거라는 우려를 덜어준 건 바람직하다. 특히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역시 대입이다. 최대 관심사인 데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사소한 시빗거리도 '불공정' 이슈로 번지기에 십상이다.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루 전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긴급 연기될 때도 적지 않은 혼란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수능을 비롯한 대입 일정과 관련해 '조정을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애초 이달 31일로 잡혀 있던 수능 시행계획과 6월 모의평가 공고 시점을 개학 이후로 늦추겠다는 건데, 혼란을 줄이려면 대입 일정을 최대한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개학이 계속 늦어지면서 정부의 휴원 권고에도 문을 여는 학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학습 공백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 가정생활 지도의 어려움과 학원의 경영상 필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으로 보인다. 곳곳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여전히 절실하다는 점을 고려해 당국은 긴급대출 지원 등을 통해 학원의 자발적 휴업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긴급돌봄도 차질 없이 진행하는 한편, 개학 이후를 대비한 학교 방역에도 조금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한 달 넘게 개학을 늦춘 뒤에야 문을 여는 학교가 감염의 온상이 돼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행정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 현장은 한정된 공간 등으로 인해 책상 재배치를 통한 개인 간 거리 확대, 식사·휴식 시간 분리 등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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