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프린트
• 스크랩
• 이전
• 다음

1. 
2. 

[연합시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논란 절반의 봉합…뼈아픈 교훈으로 새겨야

(서울=연합뉴스) 정의당은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온 당선권 내 두 명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 재신임과 권고사퇴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의당은 휴일인 15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대리 게임'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를 잔류시키는 대신 과거의 음주·무면허 운전 전력이 불거진 신장식 변호사는 '읍참마속' 하겠다는 당론을 정했다. 전국위 소집 직전까지 "한 번만 안아달라"며 절절하게 호소했던 신 변호사는 결국 당의 방침에 따라 후보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지난 8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지 꼭 일주일만의 일이다. 그 짧은 시간에 전국위가 재소집됐다는 것은 애초에 작성된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후폭풍이 거셌음을 방증한다. 두 사람이 정의당의 지향과 가치에 걸맞은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후보로서 과연 당을 대표할 자격이 있느냐가 비판 여론의 핵심이었다. 이날 전국위의 결론은 이런 비판적 여론에 대한 고육지책의 화답이었던 셈이다.

정의당 전국위가 내놓은 해법은 '절반의 봉합'에 그치고 만 느낌이 크다. 먼저 류호정 후보는 정유라 대입특혜, 조국 딸 입시부정 의혹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중심화두가 된 공정의 문제를 재차 촉발한 인물이다. 그는 2014년 대학 재학 시절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게임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 논란을 일으켰다. 시험으로 치면 일종의 대리시험을 치게 해서 게임 등급을 '골드1'에서 '다이아5' 등급으로 올렸고, 2015년 국내 대형 게임회사에 입사할 때 이렇게 취득한 'LoL' 등급을 입사 지원서에 기재했다는 의혹까지 샀다. 그런데도 정의당이 류 후보를 재신임한 것은 비례대표 1번과 청년 후보라는 포기하기 힘든 상징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의당의 주요 지지층인 청년층이 '공정'의 고리로 연결된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의문이다. 반면, 신 변호사에 대해선 10년이 넘는 과거의 일이었지만 권고 사퇴라는 결정을 내렸다. 신 변호사가 2006~2007년에 걸쳐 총 4차례에 걸쳐 음주·무면허 운전 사건에 연루됐다는 전력이 경선을 통과한 이후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최근 '윤창호법' 제정 등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무관용 정서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결론이기는 하다. 그러나 류 후보의 흠결이 신 변호사의 그것과 비교해 절대 가볍지 않고, 오히려 젊은 층에 던지는 부정적 메시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정의당은 비판 여론의 진화를 위해 명백한 '범법 행위'를 한 신 변호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법으로 류 후보를 지켜낸 것으로 읽힌다.

사회적 불공정과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정의당에서조차 비례대표 후보를 둘러싼 잡음이 나온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신 변호사의 경우에서 보듯이 비례대표 경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후보진입 장벽을 너무 낮춰놓은 게 사달을 부른 측면이 있다. 여론의 눈높이에 맞게 검증 잣대를 엄격히 설정해 미리미리 논란이 될 후보를 걸러냈더라면 선관위 후보등록을 코앞에 두고 후보를 재신임하니, 사퇴를 권고하니 하는 볼썽사나운 절차가 필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선거법 개정을 통해 정의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에 후보들이 집중적으로 몰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랬던 만큼 비례대표 명단을 채우는 데는 통상을 뛰어넘는 세심한 예비심사 절차가 필수적이었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직업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일찌감치 자기관리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적 명성과 직업적 상징성, 유력 정치인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갑자기 정치권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다소 무감각하게 살았던 과거의 실수와 비도덕적 언행들이 드러나기에 십상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정의당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의당이기에 선출직 공직 후보에 대한 좀 더 높은 도덕적ㆍ윤리적 잣대를 유지해야 했다. 정의당은 이번 비례대표 후보 논란을 뼈아픈 교훈으로 새겨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