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프린트
• 스크랩
• 이전
• 다음

1. 
2. 

[사진톡톡] 대구에 찾아주고 싶은 일상

(대구=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정부가 대구·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려고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장 급했던 순간이 지나가면서 대구·경북 시민들의 상처가 드러나고 있다"며 "대구·경북 시민들은 일상을 잃어버리고 생활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총리의 "일상을 잃어버렸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지난 한 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신음하는 대구·경북 곳곳에서 내내 지켜본 것이 바로 '바이러스에 빼앗긴 개인의 일상'이었습니다.
개인의 일상은 도시라는 생명체의 세포 활동과도 같았습니다. 먹고, 일하고, 쇼핑하고, 친구를 만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 이 세포 활동이 멈춰 버린 대구·경북이라는 생명체는 전례 없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길에서, 시장에서, 버스에서…. 발길 닿는 곳 어느 곳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의 모습이 아닙니다. 퇴근 시간대인 저녁 7시경 시내버스에서 바라본 대구 거리의 모습입니다. 대구동산병원 앞에서 출발한 840번 버스가 30여분 동안 10여개의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단 세 명만이 타고 내렸습니다.



조선 시대 이후 전쟁통에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는 서문시장입니다. 6일간 휴점 후 재개장을 했지만, 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국수거리가 여전히 천막으로 덮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상인들은 건너편에 위치한 대구동산병원의 의료진에게 생활물품을 전달했습니다. 상가소유주들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대거 동참한 곳도 이곳 서문시장입니다.


노인요양·복지시설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경북 경산도 비상입니다. 북적대던 경산시장도 반 이상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이 줄지어 있어야 할 택시 승강장에 한숨 섞인 대화를 나누는 택시기사들뿐입니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손님을 태우고 승강장을 떠난다고 합니다.


대구 팔공산 미나리 농장의 텅 빈 시식장입니다.
'대구'라는 지명만 들어가면 뭐든지 안 팔린다고 합니다. 판매량이 3분의 1이나 줄어서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농장주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뭐 우리만 힘듭니꺼. 대구 전체가 난리라 캅니더"


주말 오후 대구지하철 2호선이 한산합니다. 반월당역에서 영남대역까지 가는 동안 지켜본 두 칸의 객차에 승객 4명이 타고 내렸습니다.


대구의 의료진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조기 임용된 공중보건의도 투입되고, 군 의료진도 속속 대구에 도착하고 있지만 연일 밀려드는 확진자를 장기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대구 의료진의 사투는 오늘도 진행형입니다.


코로나19 비상근무를 하다가 과로로 숨진 성주군청 공무원의 영결식입니다. 안개가 짙게 낀 성주군청의 앞마당이 가족과 동료를 잃은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른 아침, 대구의 모노레일을 달리는 3호선 열차입니다. 온 국민의 응원과 지지 속에 대구가 일상을 되찾는 날, 다시 승객을 가득 태운 열차는 대구의 아침을 활기차게 열 것입니다. 2020.3.14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