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프린트
• 스크랩
• 이전
• 다음

1. 
2. 

[OK!제보] "사납금 없앴더니 월급이 줄었어요"…택시기사 한숨

[이 기사는 대구에서 택시 기사로 일했던 김명수(가명·45)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강다현 인턴기자 = "일주일에 1~2일만 쉬고 매일 10시간을 택시에서 보냈습니다. 월급 77만원 받고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대구에서 일하는 택시기사 김명수(가명·45)씨는 지난달 월급 명세서를 받아 든 순간 5년간 잡아 온 운전대를 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최저 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 입금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에서 정한 기준금(할당액) 400만원을 채우지 못해서 월급이 깎였다"며 "회사에 문의하자 '기준금을 미달해서 그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전액관리제(월급제)로 급여 기준이 바뀌면서 할당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불성실 근로자로 간주해 불이익을 준다는 근로 계약 탓이다.
그는 "사납금 제도 당시에는 월 200만원 이상은 가져갔는데 그때보다 1/3 수준으로 깎인 것"이라며 "나처럼 기준금을 제대로 채우지 못해 100만원 미만의 월급을 가져간 동료가 상당수"라고 털어놨다. 같은 회사 기사 약 60명 중 기준금을 만족시킨 이가 10명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동료들과 월급명세서를 받아들고 믿기지 않아 한참을 들여다봤다"며 "이 돈으로 가족 생계를 꾸려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를 포함해 약 10명이 함께 사직서를 던졌다"고 토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월 20명, 2월 6명의 택시 기사가 사직서를 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액수라는 입장이다.
회사의 인력 관리를 맡는 정모씨는 "택시 한 대가 하루 동안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는 시간인 4시간 30분을 한 달 요금으로 계산했을 때 400만원 정도가 나오기에 이를 기준금으로 정했다"며 "기준금을 충족시키면 월급 160만원을 받고, 이후 발생하는 운행 수익 중 70%를 추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여기서 더 달라고 하면 회사 문 닫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지난달 열린 노사 교섭 당시 합의한 내용이고, 일부 기사가 최저 임금 미달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취하하기로 최근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택시 사납금제 대신 전액관리제가 시행됐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노동 강도가 세지고 처우는 열악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시기사에게 전액관리제 이후 받는 월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고 서명을 받는 회사도 있다.
서울 강동구 택시 업체에서 기사로 일하는 김수남(가명)씨는 "지난달 11일쯤 회사 관계자가 전액관리제 도입 이후 월급이 50만~60만원 정도 줄어들 수 있으니 '최저임금에 못 미쳤을 때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해당 택시 업체 측은 "강제성은 없고 자율적으로 사인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전액관리제를 두고 문제가 잇따르자 업체와 기사 모두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전액관리제 도입으로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 등 비용도 오르고 갈등도 일어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 측도 "근로자와 회사 모두 득이 될 게 없는 제도"라며 "제도를 보완하거나 유예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택시사업팀 관계자는 "제도를 수정하는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노사 합의 과정에서 일어난 불공정 사례는 근로기준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rkdekgus199@yna.co.kr
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