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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인터뷰] 한상균 "쌍용차사태 한국사회 상처…해고자 복직 기대"

| 10-23 10:28

옥중 서면인터뷰…"민주노총, 가장 힘든 노동자를 위한 연대와 내부혁신 필요"
"삼성 민주노조 서야 노동존중사회 첫발"…"한번 더 하면 '집권'…불출마 결정"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23일 연합뉴스와 단독으로 한 옥중 서면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동계와의 공개토론을 전격 제안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쌍용차와 관련해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치유해야 할 깊은 상처"라고 지적하면서 경영진의 해고자 복직 결정을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또 "가장 힘든 노동자를 위한 연대와 내부혁신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지속적인 발전적 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여전히 노조 가입 문턱이 높다고 하는데 모든 노동자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구직자, 실직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을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강구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이어 "삼성에 민주노조가 세워지고, 노사 간 협상과 교섭이 시작될 때 노동존중 사회의 첫발을 뗀 것임을 문재인 정부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결단을 미루면 노동계는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차기 위원장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배경에 대해 "한번은 '집행'이지만 한 번 더는 '집권'일 수 있다"며 "선거 전에 사면이 됐더라도 결정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한 의원장과의 서면인터뷰 내용.

-- 민주노총의 향후 과제는.

▲ 문재인 정부 취임 150일이 지났지만 노정교섭은 단순 실무 단계 논의에 그치고 있다. 적폐청산 등 선제적 조치들은 촛불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임에도 권리행사처럼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계급으로 굳어진 불평등 문제 등 시급한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노정 간 논의가 절실하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에 5대 요구를 제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노정 간 공개토론을 공식 제안한다.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고, 노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많다고 듣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와 지지는 스치듯 지나가는 봄바람과 같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가장 힘든 노동자를 위한 연대와 내부혁신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영원히 우리를 버리는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정부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신속히 비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요구에 앞서 우리는 구직자, 실직자, 해고자, 일용직, 특수고용노동자 등 노동조합 문을 두드리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할지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전히 노조가입 문턱이 높다고 한다. 이참에 모든 노동자를 끌어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는

▲ 지난 선거 때 후보로서 했던 말은 박근혜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 투쟁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그 기회가 허락됐고 지난 3년간 성실히 일하면서 노동 개악을 저지했고 정권 퇴진을 만들어냈다.

여기까지가 현 집행부 역할이다. 선거 전에 사면이 됐더라도 나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 차기 집행부에 대한 당부가 있다면.

▲ 촛불은 나라를 나라답게 바꾸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요구를 무겁게 받아 안고 나가야 한다. 따라서 직선 2기 집행부는 더욱 열정적이고 지혜롭고 도전적인 지도력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시대정신에 부합한 후보들이 민주노총 안에는 많이 있다고 본다.

내부에 다양한 노선이 있고, 이견 충돌로 단결에 상처를 냈던 역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견은 '다른 옳음'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현장이 분열되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 수감생활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 가장 먼저 지난 3년간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을 찾아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노조 조직률 30%·600만 노총'시대를 위해 미조직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한명의 조직 담당자가 되겠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늙어가고 싶다.

-- 향후 노동계가 가야 할 길은.

▲ 삼성에 민주노조가 세워지고, 노사간 협상과 교섭이 시작될 때 노동존중 사회의 첫발을 뗀 것임을 문재인 정부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라는 방향 설정과 의지표명은 변화의 계기를 만들고 있지만, 결단을 미룬다면 노동계는 한목소리로 맞서야 한다.

-- 수감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 들어올 때는 세상과 단절된 감옥이었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과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무엇을 할 것인지 답을 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비우면서 넘치는 사랑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과 동지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가 많지만 지금의 시련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발효시키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 20년 넘게 몸담았던 쌍용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 쌍용차에서 25년간 코란도, 무쏘, 카이런, 액티언, 렉스턴을 만들다가 해고됐다. 요즘도 신문에서 티볼리, 투리스모, G4렉스턴 등 신차를 보면 흐뭇해지면서 마음이 설렌다.

정리해고 이후 모질게 견뎌온 시간이 벌써 9년이 되어간다. 세상이 바뀐 건지 자문해본다. 2009년 쌍용차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조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자행된 노동자 탄압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쌍용차 문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반드시 치유해야 할 깊은 상처다.

회사는 아직까지 복직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정년을 맞는 해고자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와 사회적 책임을 위한 쌍용차 경영진의 결단만이 유일한 상처 치유법이다. 다시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하는 해고 동료들과 그들의 복직을 기대해본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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