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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단죄'…누명자의 잃어버린 청춘

    사건/사고 | 05-25 14:57


    (전주) 김동철 기자 = 잃어버린 10년이었다.


    최모(33)씨는 2000년 8월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최씨는 10대 초반부터 다방에서 배달일을 했다.

    후텁지근했던 그 날도 평소와 같았다.

    최씨는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께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다. 길가의 한 택시 운전석에서 기사 유모(당시 42)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던 것.

    재심 무죄 선고 직후 인터뷰하는 최씨와 가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심 무죄 선고 직후 인터뷰하는 최씨와 가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예리한 흉기로 12차례나 찔린 유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새벽 숨을 거뒀다.

    최초 목격자인 최씨는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현장에서 남자 2명이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꾸 그를 범인으로 몰았다.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한 거짓 자백이 발목을 잡았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 발표와는 달리 최씨가 사건 당시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 재판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범인으로 전락한 최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출소했다.

    수감 생활 중에는 진범이 잡혔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재심 무죄 직후 인터뷰하는 최씨와 가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심 무죄 직후 인터뷰하는 최씨와 가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은 사건 발생 2년 8개월이 지난 2003년 3월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당시 19)군은 경찰에 붙잡히자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그의 친구 임모(당시 19)군으로부터는 "사건 당일 친구가 범행에 대해 말했으며 한동안 내 집에서 숨어 지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물증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김군과 그의 친구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직접 증거가 없자 검찰은 기소조차 못 했다.

    대법원은 2015년 12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 결정을 내렸다.

    결국, 최씨는 지난해 11월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경찰·검찰 수사과정에서 한 최씨의 자백 동기와 경위를 수긍하기 어렵고 내용도 허위자백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재심 직후 검찰은 2003년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김씨를 체포해 구속기소 했다.

    김씨는 사건 직후 개명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왔다. 그는 기소 이후에도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는 25일 김씨의 범행을 인정,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연된 정의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됐다.

    사건을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는 "당연히 유죄가 나올 거로 생각했고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가짜 살인범이 만들어졌고 진범이 어떻게 풀려났는지 등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게 진정한 진실이고 정의"라며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며 당시 공권력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며 시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달 형사보상 신청을 했고 이달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sollens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5/25 14: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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