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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사격장 피해자, 조사·보상과정 `분통터지는일'
"본인이 피해 입증해, 뚫린 천장은 휴지로 막아놔!"

(포천=연합뉴스) 권숙희 최재훈 기자 = 지난해 가게에 총알이 날아드는 사고를 겪은 조모(41)씨는 미군 측으로부터 당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산 너머 미군 사격장에서 훈련 중 잘못 날아온 총알에 가게 천장과 창문이 뚫린 것도 황당한데, 사고 이후의 대응은 더 기가 막혔다.
지난 1일 조씨가 기자와 만나 들려준 사고 조사와 보상까지 약 3개월의 과정은 지난함, 답답함, 분통으로 요약된다.
특히 조치 계획 등을 묻는 말에 "'댕크스기빙데이'(추수감사절) 휴가라서 방문이 어렵다"거나 "뚫린 구멍은 우선 휴지로 막아라"는 등의 미군 군무원 얘기는 울화를 끓어오르게 했다.
에어컨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조씨의 가게는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야미리 43번 국도변에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아시아 최대 미군 훈련장인 영평사격장에서 총알이 가게로 날아들었다.
총알이 비켜가서 천만다행이었지만, 당시 사무실 안에 조씨와 직원이 있었기에 자칫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조씨는 사고보상 과정에서 모든 피해를 본인이 직접 증명해야 하고 진행 과정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재산 피해와 인적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나의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면서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등 필요한 서류를 마련하자 이번에는 해당 기관에 가서 서류를 직접 제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화를 내자 그제야 미군 측에서 나와 서류 등을 접수해갔다.
이후에도 미군은 감감무소식이었고, 2월 중순 어느 날 통장을 확인해 보니 보상금이 들어와 있었다.
지난해 4월 미2사단과 포천시, 주민들과 민원해소 양해각서(MOU)를 맺은 육군 8사단이 중간 중간 미군 측 연락처를 알려주거나 진행 상황을 귀띔해주는 게 다였다.
정신적·물적 피해보상금은 1천여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씨는 자신의 경우 그나마 언론에 크게 알려진 점과 증거품인 총탄을 갖고 있던 게 조사·보상 진행 과정에서 주효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사에 제보했고, 총알을 안 내주고 갖고 있었기에 일 처리가 그나마 빨리 된 편인 것 같다"면서 "저보다 더 어르신들이라면 사고를 당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사고 이후 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주민들은 이제 작정한 듯 사고가 나면 군에 신고하기보다 방송국에 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8일에도 105㎜ 대전차 연습탄이 주택 지붕 위로 떨어지는 사고가 나자 바로 보도됐다.
이날 부랴부랴 영평사격장을 찾은 미8군 브라이언 맥키어난 부사령관은 당초 연습탄을 수거해가려 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증거품인 연습탄이 있어야 한다며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등 격렬하게 항의하자 신속한 사고조사와 보상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그동안 사고 보상 처리가 워낙 지지부진하다 보니 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증거품인 포탄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도비탄 사고 일주일째인 3일 오후 대책위는 영평사격장 입구에서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었다.
suki@yna.co.kr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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