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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1명은 이방인' 충청도 시골서 국제도시 된 음성
외국인 비중 11.3%…산업단지 개발로 이주노동자 급증
지역경제 기둥이지만 천덕꾸러기 취급…"인식 개선 절실"

(음성=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지역경제가 마비되고 말 겁니다. 이런 건 아랑곳없이 물건 팔아줄 때만 빼놓고는 외국인을 혐오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충북 음성경찰서 외사 전담 경찰관의 말이다.
음성군은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이 전국 최상위권에 속한다. 행정자치부 통계를 보면 외국인이 전체 주민의 11.3%에 달한다.
외국인이 많아지기 시작한 건 음성 지역에 산업단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다.
1995년 427명에 불과하던 외국인은 지난해 7천920명에 이어 지난 11월 말에는 8천627명으로 늘었다. 2014년 음성의 총인구가 1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외국인 덕이 크다.
음성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대다수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내국인들이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 종사자다.
음성군 관계자는 21일 "외국인 노동자는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노릇을 한다"며 "이들이 없으면 많은 공장과 기업체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소면의 한 택배업체는 직원 거의 다가 외국인이다. 몸이 고되다 보니 신용불량자처럼 위기에 몰린 사람 말고는 일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내국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작은 지역에 외국인이 많다 보니 예전에는 못 보던 일도 많아졌다.
지역 조기축구회와 각국 출신 대표팀이 참가하는 축구대회도 벌어진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네팔 팀에 이르기까지 '작은 월드컵'인 셈이다.
번화가 중 한 곳인 금왕읍의 경우 장날이면 외국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직장 동료나 같은 나라 사람끼리 장터 구경을 하면서 필요한 물건도 사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외국인 전용 음식점이나 식료품점도 여러 곳 생겼다. 일반 식당이나 슈퍼에서 구경하기 힘든 메뉴가 즐비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구매력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음성 지역에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을 일제 단속했을 때 인도네시아 식당 한 곳이 문을 닫았을 정도다.
외국인 인력이 처음 국내에 들어올 때는 임금이 낮았지만, 이제는 내국인 못지않게 월급이 많아졌다.
잔업 수당까지 합치면 월 250만~300만 원을 받는 이가 많다.
대소면에 태국식당, 몽골식당 등이 들어선 것을 비롯해 음성에만 외국인 식당이 16곳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이 늘다 보니 직업소개소에서 아파트를 임대해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금왕읍의 한 아파트는 외국인 주민 비중이 늘자 기존에 살던 내국인들이 도망치듯 이사를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내국인들은 외국인, 특히 피부 색깔이 짙은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을 무서워하거나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매우 잘못된 편견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3년간 음성 지역의 외국인 범죄율(인구당 범죄 건수)은 내국인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내국인 범죄율은 3.6%인데 비해 외국인은 1.6%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15년 내국인 범죄율은 4.0%, 외국인은 2.3%였고, 올해는 11월 말까지 각각 4.7%와 2.8%였다.
외국인 범죄율이 다소 높아지는 추세지만, 증가 폭의 대부분은 교통사범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자동차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사건·사고가 늘어난 탓이다.
외국인 범죄 가운데는 강력사건이 드물고, 간혹 있더라도 한국인이 아니라 자국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고, 한국인에게도 결코 적대적이지 않지만 아무 이유 없이 핍박을 받기 일쑤다.
처음에는 "야 인마, 이리 와 봐"가 한국의 인사말인 줄 알았다는 이도 적지 않다.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고객이 왕'이라는 상점에 손님으로 가도 다짜고짜 반말부터 듣는다.
외사 담당 경찰관은 "범죄예방 교실 프로그램을 위해 한 기업체를 방문했을 때 외국인 직원들에게 높임말을 쓰는 사람은 경찰관뿐이 없어 민망했다. 마치 어린아이들을 대하듯 했다"고 꼬집었다.
내국인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 대하듯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가진 두려움이 훨씬 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처우는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알고 보면 그들이 여럿이 함께 다니는 데는 한국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국인들 사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무슬림들은 사실 술을 입에도 안 대고 워낙 근면하고 성실해서 '사고'를 치는 일이 거의 없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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