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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뉴타운 갈등 딛고 마을공동체 일구는 성북구 장위동
소소한 주민 모임이 마을사업으로…마을 곳곳에 '주민 손길'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사방이 산뿐이던 성북구 장위동은 1960~1970년대 주택 지역으로 조성되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한때 짱짱한 얼굴을 내보이던 새 건물도 30~40년 세월 앞에 주름진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2000년대 서울에 분 '뉴타운 열풍'은 장위동도 비켜 가지 않았다. 낙후된 마을이 세련된 아파트촌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많은 주민이 들떴다.
그러나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뉴타운 신기루'도 사라졌다. 뉴타운 환상이 사라진 자리, 실망과 갈등을 딛고 주민들은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을 대안으로 마을 세우기에 나섰다.

◇ 뉴타운 무너진 자리 털고 일어난 장위13구역 = 장위동은 2005년 당시 국내 최대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다.
장위동 68번지 일대 186만 7천여㎡에 2만 3천846가구 아파트를 지어 7만 3천여 명을 수용하는 주거타운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이웃 동네까지 들썩였다.
장위동을 15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착착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말 예상치 못한 한파가 닥쳤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장위 뉴타운 사업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한 가구당 수억원이 들어가는 뉴타운 사업에 과연 수익성이 있는지 의견이 갈렸다.
그래도 수익이 난다며 뉴타운을 밀고 가자는 주민과 사업성이 없다며 그만두자는 주민 간 갈등이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2010년 12·13구역의 추진위원회 승인이 취소되고, 조합 구성이 되지 않아 재개발 계획까지 취소되는 등 뉴타운 계획이 무너지는 곳이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이 서울 곳곳에서 일어나자 작년 4월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놨다.
사업 추진이 더딘 곳의 뉴타운 지정을 시가 직권으로 해제한다는 소식에 장위동 주민들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15개 구역 중 가장 넓은 13구역 주민들은 시가 들고나온 도시재생사업을 선택했다. 전면 철거 뒤 아파트를 짓는 뉴타운이 아닌 주민 의견을 반영해 마을을 살리기로 했다.

◇ 노인·아동과 골목·옹벽 많은 마을 = 마을을 새롭게 가꿀 지혜를 모으기 위해 작년 3월 주민협의체가 구성됐다. 협의체 논의와 주민 설문 등을 통해 마을에 시급한 사업으로 골목길 치안·안전 개선 등이 선정됐다.
이 마을은 노인 인구가 많다. 전체 인구의 14.7%가 노인이다. 서울시 평균(12.3%), 성북구 평균(13.8%)보다 많다.
저소득층 아동 비율도 11%로 성북구 평균(6.6%)보다 높다.
이런 사정을 아는 주민들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어르신·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유입도 늘고 있다. 옆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보금자리를 옮긴 사람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를 찾아 새로 둥지를 튼 젊은 부부 등이다. 봉제공장 등 소규모 제조업 공장도 들어왔다.
새로운 얼굴을 자주 마주하는 주민들은 마을 변화를 실감한다면서도 때로 어색한 긴장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런 어색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공동체 활동 필요성도 제기됐다.
마을의 오래된 민원 중 하나는 경사가 큰 지형 탓에 옹벽과 계단이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벽과 계단으로 길이 끊긴 곳이 많아 차량·사람 통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 공동체 회복으로 행복 가꾼다 = 박학룡 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30일 "뉴타운 이슈 등 갈등이 있었지만,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잡은 뒤 주민들이 재생사업에 대해 배우고 스스로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찾아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시재생이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던 주민들도 이 사업의 필요성을 깨닫고 진지하게 동참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주민으로부터 시작됐다.
주민 자생조직이 전무하던 마을에 주민공동체가 하나둘 생겨났다.
폐유 비누 만들기, 동화 모임, 예쁜 집 만들기 등 소소한 관심사로 시작한 모임은 집수리, 마을텃밭 공동체 등 목적을 가진 모임으로 확산했고,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인프라 개선을 위한 사업도 도시활성화계획에 담아 추진한다.
좁고 불편한 보행로를 개선하기 위해 보행자 우선 도로포장, 미끄럼방지 포장, 경사로 핸드레일 설치 등 가로환경 개선 사업을 편다. 치안 확보를 위한 폐쇄회로(CC)TV·LED 보안등 설치 등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적용해 안전 골목 만들기에도 나선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기존 어린이공원을 친환경 놀이터로 조성하고 자투리 공간을 쉼터로 만든다.
주민들의 공동체·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주민전용 소통공간인 복지문화타운도 짓는다.
또 지역 경제의 기반인 장곡시장 상권을 정비하고, 어수선한 시장골목을 깔끔하게 바꾸는 사업에 재원을 투입한다. 시장에는 창업지원센터를 설치해 일자리 창출과 소규모 창업 지원 활동을 펼친다.
박 센터장은 "활성화계획안 작성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주민공청회 등을 거쳐 조만간 계획안을 확정해 시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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