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前육군장교의 비뚤어진 蘭 사랑…6억원 희귀 춘란 훔쳐(종합)
위탁 농가서 희귀종 630여분 싹쓸이…난 훔쳐 옷 벗고도 상습 절도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육군 대위 출신 황모(45)씨는 청주의 모 난농장이 희귀 춘란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난에 대한 황씨의 사랑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그의 난 애호는 단단히 비뚤어져 있었다. 군 장교로 재직할 때 난을 훔쳤다가 발각돼 옷을 벗었는데도 지난 2007년에도 재차 난을 절도한 죄로 교도소에 복역했을 정도였다.
난에 미쳐있었던 그는 희귀 난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농장 이야기를 흘려 넘거지 않았다.
출소한 뒤 오갈 데가 없었던 데다 귀한 춘란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한국 춘란(春蘭)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난으로 색상, 꽃 모양, 잎 등이 일본, 중국 난보다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희귀한 난은 부르는 게 값이어서 수억원을 호가한다.
과거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거래는 2014년부터 경매가 시작되면서 양성화됐고, 현재 연간 거래 규모가 약 2천500억원에 달할 정도다.
황씨는 이 농장의 난을 터는 것으로 재기의 기회를 모색했다.
황씨는 지난 6일 오전 3시께 미리 준비한 대포차를 타고 미리 봐뒀던 농장으로 가 희귀 난만 골라 챙겼다.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춘 터라 농장에서 보관 중이던 5천여분의 난 중에 값비싼 난만 골라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황씨가 이 농장에서 챙긴 난 중에는 국내 희귀종이어서 시장에서 6억원을 호가하는 춘란도 있었다.
황씨는 2시간만에 가장 희귀한 636본의 난을 챙겨 유유히 농장을 떠났다. 그는 미리 구해 둔 서울의 원룸에 훔친 춘란을 모두 숨겼다.
그러나 그의 난 절도 행각은 그리 오래지 않아 꼬리를 잡혔다.
폐쇄회로(CC) TV를 분석, 추적에 나섰던 경찰의 탐문 수사에 행적이 드러났고, 그는 결국 지난 15일 인천에서 붙잡혔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농가에 침입, 수십억 원에 달하는 난(蘭)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육군 장교 출신 황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황씨는 지난달 22일에도 광주의 모 화원에 침입해 폐쇄회로(CC) TV를 파손하고 난을 훔치려 했지만, 관계자에 발각돼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달 28일 대전의 모 자전거 상점에 침입, 1천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기도 했다.
황씨는 경찰에서 "난이 아름다워서 훔쳤을 뿐 팔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품과 압수물품의 숫자가 다르다"며 "황씨가 훔친 난 일부를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어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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