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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美증시 대폭락 유발 영국인, 美 법정서 유죄 인정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 2010년 불법 초단타매매로 미국 증시를 단시간에 폭락시킨 영국인 선물거래인 나빈더 사라오(37)가 9일 미국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이날 시카고 법원 재판정에 출두한 사라오는 금융사기와 함께 이른바 '스푸핑(spoofing)'으로 알려진 불법 초단타매매 수법을 사용한 혐의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선고 공판은 내년에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 교도소에서 지급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발목에는 체인을 찬 채 법정에 나온 사라오는 90분에 걸친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 법무부는 사라오와의 양형 거래에 따라 그에게 적용된 22개 혐의 가운데 나머지 20개 혐의에 대한 기소는 포기할 방침이다. 사라오는 세계 각지에 분산된 그의 부당 이득을 법무부가 환수하는데 협조키로 했다.
사라오는 2010년과 2014년 사이에 이른바 e미니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지수 선물 거래를 통해 모두 4천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0년 5월 e미니 S&P 지수 선물 거래를 혼란시켜 다우존스 지수가 불과 수 분 만에 6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일시 급락)를 초래했고 이 사건이 그가 덜미를 잡힌 계기였다.


스푸핑 수법은 대규모 허수 주문을 내 호가 창에 반영한 뒤 즉시 취소하는 것으로, 2010년 제정된 도드 프랭크법에 의해 불법으로 지정됐다. 사라오는 법정에서 사건 당일 전체 주문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85건의 허수 주문을 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라오가 기소된 것은 스푸핑을 철저히 단죄하겠다는 미국 법부무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레슬리 콜드월 미국 법무부 형사부장은 사라오가 "일확천금을 노려 정교한 기술을 악용하고 미국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험에 빠뜨렸으며 수많은 개인 트레이더에게 피해를 안겼다"고 밝히면서 "그를 미국 법정에 세우는 데 성공한 것은 범법자가 어디에 있든지 금융시장 범죄를 뿌리뽑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개인이 미국 증시에서 순식간에 수조 달러의 돈이 사라지도록 할 만큼 큰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덧붙였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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