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에서 시공하는 아파트를 비롯한 전국의 신규분양 아파트에서 중도금 대출을 통해 막대한 이자수입을 챙기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한표 국회의원(사진)이 KDB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 '2010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연도별 산업은행의 중도금 및 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12조 2486억원의 가계대출이 이뤄졌고 이중 73%인 8조 9454억원이 중도금 대출로 나타났다.
당초 산은은 2010년경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아파트 집단대출을 포함한 개인대출 확대에 온 힘을 쏟았다. 산은은 당시 청약접수 대행업무 미승인 기관으로 단독으로는 신규분양 아파트의 청약접수 업무를 대행할 수 없어 청약접수 대행이 가능한 시중 타 은행과 공동으로 중도금 대출을 시행했다.
특히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시행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64개의 중도금대출 승인 사업장 중 대우건설 사업장의 비중이 43.7%인 28개에 이르렀다.
또한 10년, 20년 고정금리 등의 파격적인 금리우대 상품을 내놓아 서민 정책금융 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었다. 이를 통해 산은은 2010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중도금 대출 이자로 2464억원, 집담보 대출 이자로 639억원 등 총 3103억원의 이자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산은은 2015년 통합 산은 출범 이후 정책기조를 변경, 개인대출 취급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산은은 등기업무 및 최장 30년간 이자납입 여부 등을 관리해야 하는 집담보 대출과 달리 등기업무도 없고 장기간의 채권 추심도 없으면서도 수익은 높은 중도금 대출만 이어가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기존 중도금 대출을 해준 아파트 단지에 집담보대출 상품 취급을 하지 않거나 미취급 하기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산은의 갑작스런 정책기조 변경에 따라 많은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 분위기로 인해서 가뜩이나 은행권에서의 아파트 집단대출이 어려운 가운데, 산은이 중도금 대출과 집담보 대출을 연계할 것이라고 믿었던 입주예정자들이 타 은행에서 보다 높은 금리로 집담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때문에 올해 9월 예정이었던 신규분양 아파트 단지에서 강력한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게다가 가계 대출 규모를 줄이겠다는 산은의 정책기조도 갈지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산은은 집답보 대출을 하지 않기로 해 놓고도 최근 강력한 민원이 제기된 2곳의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민원해소 차원에서 집담보 대출 상품을 취급했다. 때문에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곳만 서둘러 봉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일 수 있다. 현재 산은이 중도금 집단 대출을 해준 입주예정 단지가 총 25곳(2만 6738세대)가 있는데 아직 집담보 대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최근 산은이 미취급 단지를 점차 늘려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대부분 미취급 단지로 결정날 것으로 보이나, 강력한 민원을 제기하는 단지에 대해서는 대출상품을 취급했던 전례가 있어서 아파트 단지별로 또 다른 분쟁이 야기될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산은의 중도금 대출 행태를 보고 받은 김한표 의원은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국민의 신뢰가 매우 큰 자산이고 기반이 돼야 할 금융기관”이라며 “하지만 갑작스런 정책기조 변경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치하는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가계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산은의 모습은 타당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하지만 이러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집담보 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중도금 대출을 줄여나가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남매일신문=취재부,조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