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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 유화 산업경쟁력 방안 윤곽…업계 일부 반발 조짐
조선 '빅3' 합병 여부 등 최종 합의까지 난항 전망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산업팀 = 정부가 마련한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업종의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지을 중장기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이 오는 30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그 결과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핵심인 조선업의 경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간 합병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지만, 이와 관련해선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업은 컨설팅 업체가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에서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은 테레프탈산(TPA)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감축안 등 구체적인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 조선업 빅3 컨설팅 막바지…체제 재편안 빠질 듯

조선업 구조조정의 토대가 될 빅3에 대한 컨설팅 결과는 막판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외국계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의뢰한 컨설팅은 업계 자율에 의한 것이지만 정부는 이를 토대로 각 업체가 강점이 있는 부문은 살리고 경쟁력이 낮은 부문은 정리하는 등 전략적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맥킨지는 조선 3사의 경쟁력을 사업부문별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기로 했다.
현재 맥킨지는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 빅3 최고경영자(CEO)에게 개별 회사의 진단 내용을 전달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8년까지 조선 3사의 생산설비와 인력을 20~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조선업종의 현황과 전망을 담은 맥킨지의 컨설팅 보고서는 그에 따라 필요한 설비 감축이 필요한 정도도 담아 정부의 핵심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인력 흡수 대책 등 울산, 경남 등 조선업 밀집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과 조선업 기자재 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 조선 산업 자체의 발전을 위한 고부가가치 핵심 분야 집중·전문화 방안 등도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담을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의 이목이 쏠린 빅2로 재편 여부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 추이에 따라 빅3가 빅2로 정리될 수 있다는 설이 무성했다.
맥킨지 보고서도 대우조선 매각 향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안이 까다로운 터라 딱 떨어지는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 간 구체적인 인수합병 얘기는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로 안다"며 "정부가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는 다음 주까지 마무리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 철강업, 후판설비 감축 등 '고강도' 권고 전망에 업계 반발

철강업은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중간보고서로 알려진 내용이 최근 공개되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CG는 국내 철강사의 후판 설비 공장 7개 가운데 3개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후판은 두께가 6mm 이상인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이나 건설용 철강재 등에 주로 쓰인다.
이제껏 후판 생산업체는 조선업 발전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지만, 이제는 조선업 불황에 값싼 중국산 공세까지 겹치며 전체 수요가 지난해 920만톤(t)에서 2020년 700만t으로 줄어들 예상인 만큼 설비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후판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포스코(4개), 현대제철(2개), 동국제강(1개) 3곳이다. 이들 공장의 후판 생산 능력은 모두 1천200만t으로, BCG 예측을 근거로 하면 2020년에는 생산여력이 500만t이나 남아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안으로 후판 공장 1개를 줄이고, 나머지 2개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라는 안이 권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철근과 같은 원통형 철강제품인 봉형강에 대해서는 '규모의 경제' 측면을 강조한 권고가 예상된다.
인수·합병(M&A) 등으로 생산 업체들을 통합해 가격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내부가 빈 봉 형태의 철강제품인 강관(파이프 등)도 중국산과의 경쟁 등으로 경영상태가 나빠져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사업재편을 통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BCG의 시각이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진 판재류는 국내 기업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 더욱 앞서나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내용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즉각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후판 공장을 3개 폐쇄하면 인력 1천명을 감원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뼈를 깎는'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19일 "(컨설팅 결과에 대한) 1차 보고서도 아직 안 나왔다"며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부에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그 내용을 나중에 참고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 석유화학 TPA 5년 내 100만톤 감축…NCC 원가경쟁력 개선 필요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가 컨설팅을 맡아 진행 중이다.
베인앤컴퍼니는 지난달 한국석유화학협회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이를 토대로 석유화학업체 간 통합 및 감산에 관한 막바지 의견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당초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전반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조선이나 철강과 달리 테레프탈산(TPA)과 같은 일부 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외과수술식 구조조정'이 예견돼 왔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 TPA 뿐만 아니라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NCC(Naptha Cracking Center) 기반 기초유분의 경우에도 중장기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TPA의 경우 이미 수출 감소로 기존 560만톤(t) 규모의 생산설비 중 160만t 규모가 감축됐다.
한화종합화학이 40만t, 삼남석유화학이 60만t의 설비를 조정했고 롯데케미칼은 60만t 규모의 설비를 고순도아이소프탈산(PIA)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향후 원가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5년 내 100만t 규모를 추가 감산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감산은 업체별로 '십시일반'식 조정 보다는 업체 간 또는 라인 간 통합이 원가경쟁력 등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1개 업체로의 통합, 조인트벤처(JV), 제3자 공개매각 등의 방식을 놓고 물밑 조율이 진행되고 있으나 각 업체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TPA 외에는 폴리스티렌(PS)이 내수 중심으로 물량을 축소하고 다른 품목으로 설비전환해야 할 것으로 권고됐다.
베인앤컴퍼니는 TPA와 PS 외에도 에틸렌/폴리에틸렌(E/PE), 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P/PP), 폴리염화비닐(PVC), 합성고무(BR/SBR) 등 범용 품목별 경쟁력을 진단했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은 국내 NCC의 경쟁력이 단기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 만큼 당장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속적인 원가경쟁력 및 고객 확보를 위한 품질경쟁력 개선 노력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PVC는 품질·서비스 및 원가경쟁력 강화가, 합성고무는 원료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와 고부가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베인앤컴퍼니의 컨설팅 결과에 대해 각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업체 간 통합 등의 구체적 방안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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