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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거대 재앙의 공포 일깨운 경주 지진

(서울=연합뉴스)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국내 최강의 지진은 대한민국이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진앙 부근은 물론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번 지진은 7시 44분 발생한 1차가 규모 5.1이었으며, 2차로 50여분뒤 규모 5.8의 강진이 이어졌다. 2차 지진을 전후로 규모 2~3의 여진이 100여차례 발생했다. 대형지진의 전형적 현상이다. 2차 지진의 규모는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 사람이 느낀 충격인 진도는 경주와 대구가 6, 부산과 창원이 5였다. 이는 2011년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당시 도쿄에 미친 충격에 근접한다. 고층건물이 휘청이거나 금이 가고, 집안의 집기가 밀리고 장롱이 넘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국민안전처는 이번 지진으로 13일 0시 현재 경북과 대구 등에서 6명이 부상했고, 건물손상 등의 물적 피해는 10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울산 LNG발전소 4호기는 고장으로 가동이 정지됐다가 5시간만에 재가동됐다. 전국에서 5만1천건의 지진신고가 접수됐다. 진앙 부근 지역에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진앙에서 가까운 원자력발전소인 월성 1~4호기의 가동을 수동으로 일시정지했으나 점검결과 시설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KTX 열차 38대가 일시 정차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구미공단에서는 일부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번 지진은 진앙에서 300㎞ 이상 떨어진 서울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다행이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지진의 재앙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웠다.국민안전처는 지진이 발생하자 진앙 반경 120㎞ 지역 주민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보냈으나 9분 정도 늦은 것은 아쉬웠다. 만약 더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면 주민들의 대응이 그만큼 늦어져 피해를 키울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지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지진대에 위치하지 않아 규모 6.5 이상의 거대 지진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40여년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이번을 포함해 모두 9차례 발생했다. 결코 큰 규모 지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규모 9.0이었던 동일본대지진은 천년에 한번 일어날까말까한 확률의 초대형 지진이었다. 우리나라는 건물 등의 내진 설계 기준이 규모 6.5이며 이를 충족한 건축물은 33%에 불과하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되면서 건물이나 터널, 교량 등의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돼 거대지진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지진보다 규모가 클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새로 짓는 시설의 내진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정부는 지진 사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다시 정비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대피요령 등 긴급 대처 방법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재난은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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